한전 살리기 천명한 정부…에너지 시장 돈은 어디로?
입력 2023.01.30 07:00
    Invest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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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은 한국 전력 믹스의 중심으로 원자력이 최전방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전력 믹스는 2030년 기준 원전 32.4%, 석탄 19.7%, LNG 22.9%, 신재생 21.6%로 확정됐다. 원전 비중이 확대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0년 12월에 발표된 9차 계획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번 계획에는 발전원별 시장 다원화, 발전사 간 경쟁 강화 등을 목표로 한 전력시장 개편 내용도 담겨 있다. 사실상 정부가 한국전력공사를 살리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전은 전력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의 뜨거운 감자였다. 누적된 적자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면서 시장의 유동성 블랙홀이 됐다. 이번 10차 계획에서 정부가 원전에 힘을 실으면서 전력시장에서 한전 100%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지가 한층 강해지게 됐다. 또 발전시장에 가격 경쟁을 도입하게 되면 전력도매가격 하락을 유도, 한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는 누군가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는 걸 의미하고 민자발전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자발전사들의 경우 LNG 위주가 많은데 전반적인 LNG 발전의 입지 및 역할이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거기에 가격 입찰까지 시작되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민자발전사들의 위축이 신재생에너지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당초 LNG 위주의 민자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투자 유인은 떨어지게 됐다. 당장 회사의 오늘 내일을 걱정해야 할 판에 미래를 생각할 겨를은 없다.

      이에 민자발전사의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장기적인 사업안정성이 약화된 발전사업 비중이 감소하고 신규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민자 발전사들의 사업 프로필은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며 "과거 민자발전사들은 업체간 사업의 차별화 수준이 제한적이고 업황에 따라 실적이 유사하게 변동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발전 이외의 사업 비중 확대로 신규 사업의 성격과 투자성과에 따라 사업 및 재무구조의 편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정부 입장에서 한전발 금융시장 혼란, 에너지 대란 등 눈 앞에 닥친 위기를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다만 한전을 중심으로 한 공기업 살리기에 '올인'한 듯한 발표는 잘못된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다.

      대외적으론 선진국에 어울리지 않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에너지 정책을 펼친다고 보여질 수 있다. 또 향후 전력 믹스를 다양화하는 데 더 긴 시간과 돈이 들 수 있다.

      당장 원전은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포화 등 안전성, 친환경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거기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 자체는커녕 민간 시장의 투자 회수 리스크까지 높이게 돼 시장의 돈이 여기로 들어갈 유인 자체를 줄이게 된 꼴이 됐다. 이는 한국 전력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획일화하고 다방면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묻게 된다. 수혜를 받는 이들은 누구일까. 일방적인 정책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