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임종룡…'관치' 결과일까 '개혁' 의지일까
입력 2023.02.03 18:33
    정부 입김 거세지는 가운데 결국 '외부 수혈' 가닥
    官 출신 새 수장…개혁이냐 관치냐, 반응은 양극단
    對정부 관계 진전 기대감에도…정상화 방안 내놔야
    손태승 회장 참여 마지막 자추위…시장 주목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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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우리금융 정상화를 위한 개혁 인사로 봐야 할지 정부당국 눈총에 내몰린 관치로 볼지 평가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임종룡 차기 회장 후보가 내놓을 구체적인 정상화 비전과 이사회의 계열 최고경영자(CEO) 인사로 옮겨갈 전망이다. 

      3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임 전 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내부와 외부, 각 2명씩 균형을 맞춰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마련하고 두 차례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올 들어 부상한 임 전 위원장으로 결론이 났다. 

      임추위가 4명의 숏리스트 전원을 대상으로 면접을 통해 내놓은 결과지만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정부당국과 관계 우려가 큰 가운데 임추위가 외부 수혈을 통한 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종룡 후보는 임추위의 1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직후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에 대한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입후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까지 우리금융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임 후보가 우리금융과 정부 사이 마찰을 최소화하고 개혁을 이뤄낼 만한 적임자란 평가도 나온다. 임 후보는 지난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2015년에는 제5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민·관에서 두루 굵직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이사회가 이 같은 시각에 동의해 임 후보자를 내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 의중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임추위가 정해진 답에 맞춰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추위를 기점으로 용퇴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버티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는 당국에서 물러나라고 밀어내는 걸 전제로 한 인식"이라며 "이사진을 추천하는 과점주주도 결국 금융사이기 때문에 내부 인사를 후보로 내정하는 것이 정부에 맞서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보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추위 결과에 따라 시장의 시각은 임 후보와 우리금융의 정상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쇄신안을 내놓느냐로 넘어갈 예정이다. 

      최종 단독 후보로 내정된 만큼 내달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치면 임기를 시작한다. 행정고시를 치른 관료 출신인 만큼 우리금융과 정부당국과의 관계는 다소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부 임직원을 비롯해 시장 안팎에서 불거진 관치 우려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금융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쇄신안을 내놔야 할 거란 목소리가 높다. 앞서 임 후보는 인베스트조선과의 통화에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막판까지 정부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 만큼 임 후보 선임 이후 쇄신 책임에서 정부 역시 자유롭기 어려울 거란 분석도 있다. 

      금감원 출신 금융권 한 인사는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경쟁사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임직원의 일탈을 다 막는 것은 무리"라며 "외부 수혈을 통한 정상화라는 프레임을 직접 들고 나온 이상 이후로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경우 더 엄격한 잣대가 주어질 텐데, 정부가 나서도 별 변화가 없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손태승 회장이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결과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월 금융위가 손 회장에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두고 중징계를 내리기 이전부터 손 회장 이후 후계 구도를 위한 고민을 지속해왔다. 당시 손 회장의 연임을 전제로 지배구조를 일부 개편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계열 CEO에 대해서도 중폭 이상의 교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이 추가 중징계를 받은 이후에도 계열 CEO가 대폭 물갈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21년 9월 이후 현재까지 자추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작년 3월 주총 이후 현재까지 자추위는 손 회장을 포함해 노성태·박상용·윤인섭·정찬형·신요한·장동우·송수영 사외이사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자추위는 1월 말 행장 인선을 거쳐 2월 초 계열 CEO까지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임추위가 밀리며 예년보다 늦어지게 됐다. 과점주주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수장 교체와 함께 이뤄지는 자추위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