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가 강조한 시장경제에 '주인 없는 기업'은 존재할까
입력 2023.02.06 07:00
    Invest Column
    KT·포스코 CEO 선임 과정 문제 삼아
    가뜩이나 정치권 입김 센 기업들인데
    대주주 없는 기업은 문제 있는 기업?
    민간 기업 경영 문제는 시장에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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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 내내 '주인 없는 기업' 논란이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KT, 포스코, 금융지주사 등을 콕 집어 대주주가 명확하지 않은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문제 인식은 "경영진이 제대로 된 경영 감시를 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주주가 없다보니 경영진과 이사회가 유착할 경우 내부 통제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KT와 포스코는 시장에서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 일컫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바뀌고 그에 따라 KT탈통신에서 본업 강화, 그리고 다시 탈통신, 포스코비철강에서 본업 강화, 그리고 비철강으로 몇 년 동안 경영 전략 자체가 180도 바뀌곤 했다. 시장은 KT와 포스코를 '준(準)공기업'이라고 칭하며 정권 교체를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꼽는다. 마침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CEO들이 연임에 도전하거나 연임에 성공한 상태다.

      이들 기업에 대해 시장을 통한 견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KT, 포스코의 1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를 천명했다. 당장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대통령과 정치권이 나서 '주인 없는 기업은 곧 문제 있는 기업'이라고 공식선언을 했다는 점이다.

      KT와 포스코는 민영화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도 자연스레(?) 교체되는 수난을 겪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정치적' 발언 역시 이사회 중심으로 돌아가야 할 기업 경영에 강력한 압박을 넣었다고 느낄 수 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이는 물러나라. 이제 우리 사람들 좀 앉히겠다"고 해석될 여지를 충분히 전달한 셈이다. 도돌이표다. 시장경제를 강조한 현 정부와 여권의 이런 강경 발언은 수십년 전으로 시계 바늘을 되돌린 듯 하다.

      대주주가 없으면 그 기업에 주인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시장과 투자자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면서 "그럼 KT와 포스코의 주주들은 뭐가 되냐"고 성토한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겐 이젠 지겨운 주제 거리다.

      대주주가 없는 기업의 CEO 선임 절차를 묻는 것이라면, 반대로 대주주가 있는 기업의 CEO 선임절차엔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또 묻고 싶다. 대통령이 오너들과 찍은 사진이 신문 1면에 계속 나오는 등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결국 친재벌 정부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자칫 대주주가 없어서 문제가 발생하는니 오너 경영, 재벌 경영이 낫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주주 구성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요즘 트렌드와도 역행하는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결국 정치권이 민간 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조금 세련되어질 필요가 있다. 대주주가 없으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깨야 한다.(물론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한 정치권에 이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기간산업 대표 기업인 KT와 포스코가 좋은 민영화 사례를 넘어 좋은 경영 시스템의 사례가 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다만 주주가 다양한 민간 기업에 대해선 건전한 시장경제주의 정착, 글로벌 스탠더드, 이사회 중심의 선진 경영 시스템 등등을 앞세워 '시장에서, 시장을 통해, 시장에 의해' 해결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단숨에 끝날 일이 아니다. 재벌 기업들조차 여러 시장 참여자들과 언론의 견제를 받으며 개선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