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없는’ 청사진 내놓은 SM엔터…이수만 vs. SM엔터 대립 가능성도
입력 2023.02.07 10:43
    'SM 3.0' 로드맵 발표한 SM엔터…멀티 레이블 체제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은 긍정적, 진정성 지켜봐야"
    이수만과 SM측 의견차…대주주 이수만 '역공'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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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엔터)가 30년 가까이 이어온 창업주 이수만 1인 프로듀서 체제의 막을 내린다. SM엔터는 앞서 행동주의 펀드와의 분쟁으로 칼을 빼든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이 '이수만 없는 SM'을 공식화한 가운데 SM엔터와 이수만 프로듀서의 의견 차가 있다고 알려져 대주주인 이 프로듀서(지분 18.45% 보유)의 '역공' 가능성도 주목된다. 

      지난 3일 이성수, 탁영준 SM엔터 공동대표이사는 회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SM 3.0: IP 전략 -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SM엔터는 2023년부터 ‘팬과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설명이다. 

      창업주 이수만 프로듀서가 주도한 2010년까지를 SM 1.0으로, 이후 이수만 프로듀서가 회사와 계약을 통해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한 시기인 2022년까지를 ‘SM 2.0’으로 규정했다. 회사측은 2023년부터 ‘SM 3.0’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성수 대표는 해당 영상에서 “기존 시스템으로는 시장과 팬들의 요구하는 지식재산권(IP) 제작과 운영에 한계가 있다”면서 “그동안 SM이 커버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장르)에 도전하고 미래 엔터산업에 선제적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이수만 없는 SM’인 SM 3.0의 핵심 전략은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도입과 IP 수익화 확대, 글로벌 사업 확대, 투자 등이다. 특히 기존 ‘이수만 중심’ 제작 체계를 분산하는 멀티 레이블 도입을 강조했다. SM엔터 측은 힙합, R&B, OST 등 기존에 SM엔터가 집중하지 않던 분야의 음악 레이블들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팝’ 레이블은 SM엔터 자체 제작 IP들이 독립해서 설립하게 될 예정이다. 

      개편안 발표 뒤 주가에는 일단 기대감이 반영됐다. 3일 SM엔터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3% 오른 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0년 4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9만원대 주가를 기록했다.

    • 다만 발표된 개편안이 회사의 경영이나 사업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SM엔터 측은 이미 이수만 프로듀서가 경영진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지난해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 후에는 이 프로듀서가 프로듀싱도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공식적으로 프로듀싱을 맡은 것은 기존 계약이었던 지난해 SM엔터의 프로젝트 걸그룹 ‘갓 더 비트’ 앨범이 마지막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이 적용된다고) 크게 사업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고 좀더 체계적으로 회사를 포장해 가는 과정으로 본다. 시장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으니 회사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진작에 할 수 있었는데 왜 안했나’라는 의견도 많다. 결국 내용보단 진정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SM엔터가 확장 전략으로 ‘외부 레이블 인수’를 구체적으로 밝힌 이상 M&A(인수합병) 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오르고 있다. SM엔터는 지금까지 최대주주 매각 이슈나 행동주의 펀드와의 대립으로 엔터 본업 확장을 제대로 못고 있다는 평이 많았다. 보이그룹은 NCT 이후 데뷔가 없고, 민희진 전 SM엔터 이사가 하이브로 이직한 뒤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를 데뷔시켜 ‘대박’을 냈다.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레이블도 많고, 최근 몸값이 높아지면서 팔고싶어하는 레이블도 많다고 전해진다. 하이브가 가수 지코의 1인 기획사를 인수했던 것처럼 1인 기획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 확실한 기업가치 증대를 노린다면 해외 회사 인수를 고려할 수도 있다.

      SM엔터의 '청사진'을 이 프로듀서와의 합의 하에 내놓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지난 3일 회사의 발표 이후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수만 vs.SM엔터' 대립각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다음 달로 예정된 SM엔터 주주총회에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대주주로서 의견을 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알려진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수만 프로듀서가 CJ 및 카카오 등과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끝난 뒤 다시 매각 재개에 나서지 않은 것도, 얼라인파트너스의 공세 등 ‘여론에 밀려’ 지분을 팔고 떠나는 그림을 원치 않은 점이 컸다고 전해진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퇴진을 두고 SM엔터 내부에서 일부 반발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한동안 회사가 내홍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SM엔터 소속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이 공개적으로 "이수만 선생님을 위해, SM 가족을 위한다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공표된 말과는 달리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SM 측의 ‘SM 3.0’ 비전 발표를 맹비난했다. 지금까지 이 프로듀서가 회사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지켜온 만큼 '이수만 사람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이슈가 있기도 했지만, 이수만 프로듀서가 ‘광야’뿐 아니라 대다수 SM엔터 아티스트의 세계관 등 전사적인 프로듀싱을 대부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SM엔터의 정체성이자 경쟁력으로 ‘이수만’을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라 한동안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