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시대에 재정의(再定義) 돼버린 인센티브와 스톡옵션
입력 2023.02.07 10:43
    취재노트
    • 요즘 한창 뜨거운 단어, 인센티브와 스톡옵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보자.

      인센티브는 구성원의 성과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업무 목표달성에 부응해 제공하는 유인책을 의미한다. 종래에는 구성원에게 업무 동기와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공하는 금전적 보상인 성과급(compensation)이 주종을 이뤘다.

      스톱옵션은 일정 수량의 자사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콜옵션의 일종이다. 벤처기업의 경우 당장에는 자금부족으로 많은 월급을 주지 못해 유능한 인력 확보가 어렵지만, 스톡 옵션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경우 유능한 인력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활용됐다.

      쉽게 얘기해서 인센티브는 "구성원들이 열심히 한만큼 좋은 성과가 나와서 이를 나누겠다", 스톡옵션은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구성원들에게 보상이 갈 것이다"라는 의미로 각각 과거와 미래라는 시점 차는 존재하지만 모두 "잘해보자"는 보상책이다.

      이말인즉슨 잘 안되면 인센티브는 못 받을 수도 있고, 스톡옵션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 그게 본래 취지다.

      최근에 이 정의가 다시 써지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 '역대급' 실적을 낸 정유·가스·배터리 등 일부 업계의 성과급 수준은 기본급의 1000% 안팎에 이르는데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누구는 '운' 좋게 그 회사에 들어가서 성과급 1000%를 받고, 누구는 '운'이 없어 전기비, 난방비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평한다. 이에 뒤질세라 정치권은 이럴 때마다 '횡재세' 얘기를 끄집어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론과 다른 계열사 직원들 눈치가 보이는 한 회사는 쉽사리 성과급 규모와 발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장치 산업 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할 수 있었던 건 과거에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빌려 시설투자를 했고, 완공되기 전까지 현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시간을 버텨냈고, 완공 된 이후에도 급변하는 원자재 시장 상황을 경험하다가 어느 한 해에 성과를 냈다. 회사 차원에서 충분히 자축할 일이고 사내 사기 진작 필요성도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적지 않은 이들이 B 문제(소득 불균형)에 A 사건(인센티브)을 끌고 와서 폄하한다. 누군가가 많은 돈을 받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뒤 따지지 않고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이번엔 스톡옵션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의 스톱옵션 포기와 줄줄이 퇴사가 화제다. 스톡옵션 행사 가격은 네이버가 36만~38만원, 카카오뱅크가 4만6693원이다. 최근 이들 기업의 주가는 각각 20만원대, 2만원대로 스톡옵션 가치는 급락했다. 임직원들 입장에선 억울한 감도 있다. 몇 년 전 개발자 채용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IT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톡옵션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당시 몇몇 IT 기업들의 핵심 경영진들이 상장 직후 한꺼번에 스톡옵션을 매각해 대박이 나고 이 때문에 회사 주가가 떨어져 '먹튀'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스톡옵션을 받고 회사를 옮긴 이들에게 이 당근은 먹지 못할 게 됐다.

      애초에 스톡옵션은 그런 리스크를 갖고 있는 인센티브 제도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스톡옵션을 마치 확정된 인센티브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누군가는 누렸던 수익을 누리지 못하니 당췌 이해가 안되는 거다. 과거 몇 년간 있었던 주식, 특히 기술주 호황에 취해서 말이다. 주식시장의 등락에 따른 결과인데 이를 두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얘기한다. 대량 해고 사태가 이어지는 미국 빅테크도 있는데 말이다.

      세금을 제대로 쓸 생각은 안하고 거둘 생각만 하는 행정부와 입법부는 차치하더라도 일하는 사람들은 '공정'한 인센티브가 무엇인지는 다들 알고는 있다. 다만 받아들이기 싫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