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일부 후보는 경영권 인수에 관심
입력 2023.02.13 07:00
    지분 30% 매각 본격화…매각가 1조원 이상 거론
    글로벌 투자자 대상…일부는 경영권 인수에 관심
    경영권 프리미엄 노리자니 삼성전자와 관계 변수
    현실적으론 최대 50% 매각·이사진 분배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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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IMM PE가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을 본격화했다. 지분 30%를 매각하는 안이 유력한데 일부 원매자는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경영권을 매각한다면 IMM PE는 프리미엄을 더 챙길 수 있고, 인수자는 단계를 덜 거치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IMM PE 역시 유연하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 매각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2일 M&A 업계에 따르면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달부터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안내서를 발송하고 있다. 매각 예정 대상은 에어퍼스트 지분 30%로,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국부펀드 등 10여 곳이 인수 후보로 꼽힌다. 1분기 중 예비입찰이 진행될 전망이다.

      IMM PE는 2019년 초 에어퍼스트(전 린데코리아)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첫해(4~12월) 1797억원, 344억원이던 에어퍼스트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1년 4006억원과 703억원이 됐다. 인수 당시 1000억원 수준이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사업 성과에 따라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벌어들이는 돈이 3배가 됐으니, 회사 지분 가치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지분 100% 가치 4조원 이상, 지분 30% 매각가로 1조원 이상이 거론된다.

      에어퍼스트는 핵심 고객인 삼성전자로부터 원활한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평택 3공장(P3) 산업용 가스 공급 물량의 절반을 수주했고, 이후 공장 증설에 따른 수주 확대도 기대된다. 에어퍼스트는 평택 공장 인근에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에어프로덕츠, 린데 등 경쟁사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에어퍼스트는 해외 수주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십조원 규모 반도체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형 사업인만큼 글로벌 산업용가스 기업들과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이력이 있기 때문에 에어퍼스트에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에어퍼스트 매각 상대를 글로벌 큰손들로 제한하는 것 역시 해외 시장 수주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IMM PE로선 에어퍼스트 회수 성과가 필요하다. 현재 5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 중인데 한샘과 에이블씨엔씨 등 포트폴리오 기업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출자자(LP)들도 어느 정도 회수 성과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어퍼스트 매각 지분율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회사의 가치가 크게 높아지긴 했지만 LP 일각에선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1조원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도 있다.

      실제 일부 원매자들은 경영권 인수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짜 자산이고 성장세도 어느 정도 담보되어 있는 만큼, 소수지분 인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간편하다는 것이다. 해외 국부펀드들은 수조원 정도의 금액이 큰 부담이 아니고, 글로벌 PEF와 자산운용사들도 인프라 성격 자금을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PEF들은 소수지분보다 경영권 인수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IMM PE 역시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을 반드시 고집할 이유는 없다. 실제 여러 인수 후보들로부터 다양한 제의가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에어퍼스트가 성장할 여지가 많지만, 현재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값을 쳐주는 곳이 있다면 회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투자 5년차니 시기도 적절하다.

      현실적으로 매각자와 인수자 모두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에어퍼스트가 현대오일뱅크, 중견 기업들과도 거래 관계가 있다지만 핵심은 삼성전자다. 에어퍼스트 경영진은 삼성전자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왔는데, 새로운 경영권 인수자도 이를 이어갈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돌아서면 회사의 성장 여력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IMM PE 입장에서도 해외 사업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투자자에 유의미한 지분과 경영진 자리를 배분해야 할 수 있다. 글로벌 큰손 투자자 중에선 삼성그룹 수뇌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들이 많다.

      이 때문에 매각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대상 지분을 늘리게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많게는 50%까지 넘겨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IMM PE로서는 웃돈을 받을 가능성, 인수자는 경영권 인수 우선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어퍼스트 경영권을 인수하고 싶다는 곳이 있지만 기존 관계를 생각하면 IMM PE가 경영권까지 팔기 쉽지 않다"며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30~50% 지분을 팔고 이사회 자리를 일부 내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