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도 접었다…미분양 공포의 시작, 끝나지 않은 PF 차환 리스크
입력 2023.02.16 07:00
    PF대출채권 약 47조원…상반기 30兆 이상 만기
    "대우건설도 손절", 지방사업장 위기 확산
    7만호 미분양…"이미 레드라인 넘었다" 평가
    부동산PF 위기 봉합?…"상반기 차환, 미분양 추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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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극에 달했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위기감은 다소 잦아들었다. 정부가 PF 시장 유동성 공급을 공식화하며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했고 PF발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탓이다.

      표면적으론 PF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듯 하지만 실상은 여느때보다 위기감이 감도는 게 사실이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레드라인으로 평가받는 7만호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사업장에선 국내 대형 건설사가 PF 디폴트를 선언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미분양, 즉 PF의 종국에 돈이 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는 비단 건설사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중소중견 건설사 또는 시행사의 파산 그리고 미분양 사태의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사들의 몫이 된다. 

      2월 현재 부동산 PF 대출채권(유동화증권 포함)의 잔액은 약 47조5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춤하던 PF 관련 대출 및 유동화증권의 발행은 약 18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발행액과 발행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수준으로 회기하며 표면적으로 차츰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채안펀드를 출범한 정부는 현재도 5대 은행을 통한 PF 채권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유동화증권 매입 현황을 보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이미 부동산PF 출자규모가 큰 저축은행들은 대주단협의체를 출범했다. 은행을 비롯한 나머지 금융기관들의 협의체도 곧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 채권의 만기 연장과 유동화증권의 발행 증가, 협의체를 통해 기존 채권을 회수하지 않는 조치 등이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의미하진 않지만 일시적인 위기를 넘기는데는 상당한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사실 부동산PF 시장의 위기는 곧 대형 건설사들의 위기와도 직결했는데 롯데건설, 태영건설과 같이 유동성문제가 불거진 건설사들도 자본조달에 성공, 조달 금리도 차츰 내려가며 안정화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달 초부턴 분위기가 다시 반전했다. 

      지난해 도급 순위 8위인 대우건설이 책임준공을 협조하기로 한 울산 지역의 주상복합 사업장 본PF에 발을 뺏고 사실상 사업장 브릿지론의 디폴트를 선언했다.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440억원가량의 손실을 감내한 대우건설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투자자들의 의견도 있다. 대우건설 또한 계약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PF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했다. 일단 해당PF와 연관한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시공사를 찾거나 토지를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내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계약서상 협조라 할지라도 투자자들이 책임 준공을 할 것이라 믿고 있던 시공사가 본PF 전환 과정에서 빠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상당히 이례적인 반면, 현재 지방 PF 사업장의 현실을 나타내는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 또한 "대우건설에 100%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사실 이 같은 행위는 해당 PF 출자한 금융기관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판단한다"며 "대우건설도 빠지는 마당에 이보다 재무상태가 열위한 건설사들이 책임준공을 약속한 사업장들도 안심할 수 없단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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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가장 큰 관심사는 남아 있는 개별 부동산 PF사업장들이 온전히 사업을 끝마칠 수 있느냐, 그리고 금융기관들이 지속적인 만기 연장을 통해 꾸준한 금융지원을 이어 나갈 것이냐에 맞춰져 있다. 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역시 분양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미분양 주택은 6만8000호를 넘었고 현재는 이미 7만호를 넘은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신규 PF는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 같다"며 "분양률이 높더라도 입주율이 낮으면 일단 PF대출 대부분이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금융권도 그렇고 시행사도 마찬가지고 정부의 각종 지원책만 바라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에서 추산하는 올해 1분기 PF ABCP 만기 물량은 약 30조원이 넘는다. 장기적으로 미분양이 상황이 고착화하고, 수익성이 나지 않는 PF사업장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해 금융기관들이 차환 대신 회수에 나설 경우 상당한 혼란도 예상된다.

      아직까진 급격한 회수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서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1조원 규모의 부실PF 매입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부실화 자산 인수를 위해 추가적인 자금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불안을 다소 잠재우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시장이 꺾였다고 보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공기가 2~3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디폴트를 선언한 현장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시장의 유동성 문제는 다소 해결됐다고는 보이지만 사실 분양 시장 추이에 따라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안정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