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는 KT&G 주가에 출구전략 애매한 행동주의 펀드들
입력 2023.02.23 07:00
    인적분할 공세, 스타 CEO 등판에도 주가는 잠잠
    "2차전지도 아니고, 담배-인삼에 성장성?"
    사실상 기관투자자 관심밖으로 밀려난 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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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진 케이티앤지(KT&G)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통상적으로 주주제안이 빗발치고 경영권 분쟁이 예상될 때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급등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극단적으로 최근 주식시장의 이슈 블랙홀로 떠오른 에스엠(SM)과도 너무 상반된 모습이다.

      이미 KT&G가 투자자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출구전략도 다소 애매해졌다는 평가다. 그나마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아야 인적분할을 비롯한 지배구조개편, 배당 확대와 같은 환원책을 도모해볼 수 있으나 이 역시 주주들의 결집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표결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이번주 한국인삼공사를 떼어내 인적분할하고, 신설하는 지주회사에 차석용 전 LG생활건상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주주총회 안건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서 주당 배당금 1만원, 자사주 매입과 소각, 분기배당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현재 6명인 사외이사 정원을 8명으로 늘리고, 연말 배당을 주당 5000원에서 7800원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 속에 주가의 급격한(?) 상승은 지난해 11월, KT&G가 자사주 취득을 발표할 당시 뿐이었다. 주가는 우상향 그래프를 나타냈으나 행동주의펀드의 이슈 몰이로 상승했다고 보기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주당 10만원 수준까지 도달했던 주가는 최근 3개월간 급격히 빠지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8만7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스타급 CEO인 차석용 전 LG생건 대표를 이사회에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제시됐음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사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가가 7~8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해당 기간 투자자들의 주가 수익률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 측은 주당 배당 금액을 지난해 대비 200원 늘린 주당 5000원으로 책정했고,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물론 자사주 소각과 같은 가장 적극적인 방식의 주주환원책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가가 정체된 상황에 행동주의 펀드들의 투자금회수(엑시트)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주총까지 약 한 달이 남은 상황, 그리고 내년 주주총회까지 주주제안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면 이야기가 다소 달라질 순 있으나 현재 상황만 비쳐본다면 승기를 잡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부다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사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내 기관투자가 한 관계자는 "KT&G의 지배구조개선은 꾸준히 받아왔던 제안으로 신선함이 떨어지고, 사실 KT&G의 현재 배당 정책도 크게 불만을 가질 수준은 아니다"며 "2차전지를 비롯한 신사업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담배-인삼 등 사업의 분할과 성장에 기관투자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자산운용사,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의 지지세가 몰리면 행동주의 펀드들도 승산이 있다. 현재 개별 행동주의펀드 두 곳의 지분율은 약 각각 1% 미만으로 전해지는데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지분율은 아니다. 개별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신영·미래에셋·베어링·KB·한화·NH아문디·한국투자신탁·교보악사·키움투자 등으로 모두 1% 미만의 주식을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주주들의 표심을 잡아야 하는데 현재 KT&G의 주요 주주는 지난해 9월 기준 국민연금(8%), 미국계 자산운용사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7.1%), 중소기업은행(6.9%) 등이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표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당 정책 변경과 같은 정관 내용을 바꾸기 위해선 주총 특별결의요건(66.7%)을 충족해야 하는데 사실상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5년간 국민연금이 KT&G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전례는 많지 않다. 지난 5년간 주총에 상정된 총 35건의 안건중 국민연금이 반대한 한 안건은 단 2건으로 이사의 보수 한도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실 2018년 백복인 사장의 인선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발표한 총 25곳의 기관투자가 가운데 절반가량이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국민연금은 중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 일명 '주인없는 회사'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국민연금은 이미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시사했는데 그 여파가 KT&G까지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올해 주총에선 2명의 사외이사(김명철·고윤성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한다. 다만 국민연금이 전례 없이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동참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에 주총 전까지 표대결 향방을 가늠하긴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