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도 대우조선 팔았는데…수은은 KAI 지키고, 매각은 임직원이 결정?
입력 2023.02.24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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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대표적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란 꼬리표가 붙은 기업이다. 최대 주주 수출입은행(지분 26%), 2대 주주 국민연금(지분 10%)을 앞세워 정부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몇 안 되는 공기업(?) 중 하나다.

      최근 수출입은행과 함께, KAI 대표이사까지 나서 'KAI의 민영화'에 대한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매각설과 관련해 "계획 중인 것도 없으며 매각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했다. 강구영 대표이사 또한 같은 날 아랍에미레이트(UAE) 국제방산전시회에서 "KAI의 임직원 99%가 매각을 반대한다. 지금 잘하고 있는 만큼, 현재 체제를 흔들면 안 된다. (매각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KAI의 매각설이 대두한게 최근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부터 약 3년에 한번꼴로 매각설이 등장했는데 매번 관련 기업들이 인수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KAI가 매각수순을 밟는다면 수요는 명확하다. 방위산업이 주력인 한화와 LIG 그리고 항공산업에 중심인 대한항공이 눈독을 들일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 어쨌든 매각여부는 1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이 결정할 일이다. 그리고 국내 유일의 완제기 항공 방위산업체인 KAI의 완전한 민영화에 대한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독과점 이슈도 우려 사항이다. 

      그러나 항공 방위산업의 결정체의 최대 주주가 다른 곳도 아닌, 수출입은행으로 남아있는 게 적절할까.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필요성을 설파할 당시. 수차례 걸쳐 "조선업 비전문가가 모여있는 국책은행이 이런 회사 경영권을 오래 갖고 있으면 회사 경쟁력이 무너진다"라고 밝혀왔다. 같은 논리가 수츨입은행과 KAI에는 해당되지 않는지? 대우조선해양도 군함과 잠수함을 생산하는 대표 방위 산업 기업이다. 

      그렇다고 수은이 KAI의 최대 주주에 오른 것이 처음부터 정부가 뚜렷하게 의도한 바도 아니었다. 2016년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자 산업은행은 수은의 자본 확충을 위해 KAI의 주식을 현물출자했다. 이듬해 추가 출자를 통해 수은이 현재의 지분율(26.4%)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어쩌다가 의도치 않게 KAI의 1대 주주가 됐을 뿐인데 "반드시 수은 아래에 KAI가 있어야 한다"라는 논리가 성립될까. 당시에도 이미 방위산업 경험이 전무한 수은의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았다. 

      아울러 최근에야 회복세를 보이지만 그간 KAI의 실적은 수은 지배 아래서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주가 역시 2015년도 최고가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영 실적은 악화일로였지만 임직원 처후는 방위산업 동종업체 중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2021년 말 기준 공시된 KAI의 평균연봉은 9700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000만원 수준이다.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노동조합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KAI에 방산 전문 경영인이 내려왔냐면 또 그것도 아니다. 한 차례를 빼고는 모두 정부 출신 인사 또는 무관(武官)이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심지어 항공산업과 무관한 육군 출신 인사가 대표이사로 내려간 적도 있다. 

      제 1대 사장은 교통부 장관을 지낸 임인택 사장, 2대 길형보(육군참모총장), 3대 정해주(통상산업부 장관), 4대 김홍경(산업자원부 차관보), 6대 김조원(감사원 사무총장), 7대 안현호(지식경제부 차관) 사장 등 모두 경영과는 무관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지난해 9월 취임한 현재 강구영 대표이사는 공군참모차장 출신이다. 분식회계 혐의를 받았던 5대 하성용 전 사장만이 유일한 내부인사였다.

      KAI의 완전 민영화에 앞서 국익과 안보는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임은 분명하다. '안보'를 상수로 둔 이후 KAI가 과연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지는 기업인지는 별개 문제다. 

      게다가 KAI의 매각이 'KAI 임직원의 마음대로' 결정할 일인지? 엄연히 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를 두고 대표이사가 "(KAI를) 팔고 안 팔고에 영향을 주는 건 임직원의 의지이고, 그 다음이 정부 의지"라고 공개석상에서 밝힌다. 이 발언 어디에도 상장회사 주주들에 대한 인지는 없어 보인다. 과연 이 회사. 믿고 투자해도 될까?

      이쯤 되면 경영진의 매각 반대가 진정 '국익'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군 출신 인사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오랜 논란과 부실도 결국 산업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책은행의 지배와 해묵은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