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공공재" 대통령 발언 여진 지속…"무슨 소리냐" 해외투자자 '격앙'
입력 2023.02.27 07:00
    정부의 잇따른 강경발언에 해외퇴자자들 격앙된 반응
    금융지주 IR 행사 때 정부 기조에 대한 질문 쏟아져
    해외 다른 은행들 대비 예대금리차 크지 않고
    건전성 측면에서 글로벌 톱 수준
    지나친 관치는 금융 경쟁력 저하 요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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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은 공공재'란 대통령 발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후에도 은행의 '돈잔치'에 대한 지적을 이어가면서 주가하락, 해외투자자들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해외투자자들은 은행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대상으로 투자자-국가(ISD) 소송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판국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의 대통령 발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금융시장이 더 발전해야 한다"라며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며 최근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에 대해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의 공공적 역할을 강조한 발언으로 '이자장사' 등 은행을 향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은행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지난 13일에는 "'은행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 더불어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라"라며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 (은행이 수익을) 쓰는 것이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기조에 맞춰서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며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잇따른 발언은 해외 투자자들에 격앙된 반응을 불러왔다. 해외투자자들은 엄연히 주주가 있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에 지나친 간섭이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의 경우 외국인 주주 비중이 60~70%에 이른다. 

      이번주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주관해 해외투자자와 금융지주 IR 행사에서도 최근의 정부의 이런 발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잇따른 발언의 의도가 무엇인지와 앞으로의 규제 방향이 주돤 관심사였다. 이들은 현재의 정부의 스탠스에 강한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투자자들은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국제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자장사'에 치중한다는 비판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은 '이자장사'로 돈을 버는 수익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세계은행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주요국의 예대금리차는 싱가포르가 5.07%포인트, 홍콩 4.94%포인트, 미국 3.16%포인트, 스위스 3.01%포인트인 반면 한국은 1.89%포인트에 불과하다. 작년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다소 벌어지긴 했지만 이는 글로벌하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영향이 크다. 

      더불어 이자장사에 대한 지적이 크지만 실제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이 작은 것은 각종 수수료가 타 국가에 비해서 낮은 탓이 크다는 주장이다. 당장 출금 서비스만 하더라도 타 국가에선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국내는 '무료'에 가까운 수수료로 제공한다. 이자장사를 한다고 비판하지만 오히려 더 손쉬운 비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서민 정책'에 맞춰서 오히려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자수익에 관해서도 단지 은행원들의 성과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국내 은행의 건전성은 글로벌 톱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러한 건전성 지표가 유지되지 않고선 이자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건전성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은행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글로벌 운용사 관계자는 "이자장사로 돈을 번다는 것은 은행업을 비지니스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비이자이익은 수수료 장사 등으로 수익을 내기 훨씬 쉬운 부분이지만 이자수익은 건전성, 리스크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지니스 측면에선 은행업의 본업 비지니스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잇따른 은행 때리기 이후 금융지주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초 주주환원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는 '은행 돈잔치' 비판이 나온 이후 불과 2주 사이에 작게는 3%에서 많게는 10%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서며 주가하락을 견인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런 인식이 정부 투자자 소송(ISD)으로도 불거질 수 있는 이슈라는 주장도 펼친다. 그만큼 해외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크다는 점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장시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서민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든 정부로서도 '라이선스' 비지니스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 통신 등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란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일단 민심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은행 때리기에 나서는 것으로 안다"라며 "해외투자자 이탈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은행 때리기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