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지난 PEF 시장…기관도 운용사도 조(兆) 단위 펀드레이징 '채비'
입력 2023.02.28 07:00
    국내 조달 10조원 이상 전망…기관들도 출자 사업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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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사모펀드(PEF) 펀드레이징 시장은 그야말로 혹한기였다. 정권교체와 맞물려 정책자금의 출자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급격한 금리 인상에 주요 출자기관(LP)들도 잔뜩 움추렸다. 

      올해부턴 분위기가 다소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금리는 상수가 됐고, 주식·채권·대체 등 기관투자가들도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면서 기존의 투자 사업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아웃(경영권을 수반한 거래)에 집중하던 PEF 운용사들도 제각각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방식의 출자 사업에 맞춰 유연한 펀드 구성이 예상된다.

      혹한기를 극복하며 이미 펀드 결성에 성공한 운용사들도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오는 3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12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 목표한 금액보다 2000억원 이상 증액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야놀자, 넥스플렉스(매각 진행중) 등 직전 펀드의 회수 레코드가 펀드레이징 성공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출자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스톤브릿지였다. 한국성장금융과 수출입은행, 산재보험기금, 농협중앙회, 국민연금, 사학연금, 노란우산공제회, 총회연금재단 등 주요 기관 출자사업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스톤브릿지는 내달 약 70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의 결성을 계획중이다. 직전 펀드와 비교하면 약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올해부터는 조 단위 펀드레이징이 줄이을 전망이다.

      지난해 교직원연금, 사학연금 등으로부터 출자받은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조원을 상회하는 규모의 펀드레이징을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IMM PE와 비견할 만한 규모의 3호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이고, 직전 펀드를 대부분 소진한 VIG파트너스도 오는 2분기부터 1조원 이상의 펀드 결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맥쿼리PE 또한 연내 1조원 수준의 펀드레이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SG PE는 멀티 클로징 방식으로 펀드 결성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래 모빌리티펀드를 결성한 JKL파트너스 또한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내 국내에서 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펀드 규모만 1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출자기관(LP)들의 사업 계획에 따라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 시기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출자사업 계획을 밝힌 기관은 없지만, 정책금융기관의 출자 사업이 역시나 가장 먼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월 핵심전략산업(배터리·바이오·반도체·미래차 등) 위탁운용사 선정을 마친 수출입은행은 가장 먼저 출자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출자 규모는 1000억원이었다.

      산업은행도 뒤이어 출자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성장금융과 출자 사업 계획 조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한국성장금융은 기업구조혁신펀드 사업을 올해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이관한다.

      국내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은 오는 상반기 출자 사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하반기에 출자사업을 진행한 사학연금, 노란우산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도 기존 스케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기출자와 수시출자 사업을 병행하고, 리업 방식의 출자 사업을 진행하며 앵커 역할을 자처하는 교직원공제회의 출자사업도 눈여겨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출자 기관, 그리고 운용사 모두 운용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자기관을 통해 전통적인 PEF 출자는 물론 구조조정, NPL 등 특수한 시장 상황에 맞춘 사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PEF 운용사들의 투자 방식의 허들이 상당 부분 사라진 이상, 다양한 투자 방식을 구사할 수 있는 펀드 결성을 고민 중인 운용사들도 상당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