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감사제 '시끌시끌'…잦은 감사인 교체 불만에 감사보수 경쟁 재현 조짐까지
입력 2023.02.28 07:00
    지정감사제 4년 접어들면서 잡음 지속
    잦은 감사인 교체에 기업들 피로도 크고
    지정감사 이후에 감사보수 경쟁 움직임도
    제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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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정감사제 시행 4년에 접어들면서 해당 제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지정감사제 당초 도입 목적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나타났다는 입장이다. 감사품질 서비스에 대한 만족보다는 잦은 감사인 교체에 올라간 감사보수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주기적 지정감사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일 한국회계학회는 '회계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을 열고 지정감사제 완화해야 한다는 회계개혁 개선 방안을 내놨다. 기존 자유선임 6년에 지정선임 3년에서 자유선임 기간을 9년으로 지정선임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게 골자다. 

      최승욱 경희대 교수는 "다수 선행연구에서 감사품질이 유지되는 계속감사기간이 6년 이상으로 보고 유럽국가의 감사인 교체주기가 10년인 점 등으로 보면, 자유선임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9년으로 확대되더라도 회계투명성을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박의견도 나온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주기적 지정감사제 완화를 놓고 시기 상조란 의견을 내놨다. 최 장관은 "주기적 지정감사제를 보완하려면 대한민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하는 진전을 보여햐 하고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라며 "이 두가지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제도를 손보자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제도개혁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지정감사제 완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잦은 감사인 교체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정감사제 3년만에 다시금 감사인이 교체되다 보니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감사인을 오히려 교육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한다"라며 "지정감사제에 따른 비용이 비단 감사보수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올라간 감사보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상장법인 외부 감사 보수 현황'에 따르면 작년 상장회사 한 곳당 평균 감사보수는 2억4800만원이다. 지정감사제 도입 이전에 한 곳당 평균 감사보수는 1억2500만원이었으나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회계법인들은 지정감사제의 도입 취지 자체가 감사 투명성 제고 및 감사품질 향상이란 점에서 감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증가했던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런 의견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정감사제로 인해 회계품질 강화보다는 감사보수만 올랐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정감사제 도입 4년이 되면서 지정감사 기간이 끝난 기업들이 감사법인 자유선임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감사보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유감사 기간에는 기업이 감사법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계법인간 경쟁이 벌어지고 이 가운데서 일부는 감사보수가 지정감사제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정감사제 시즌과 자유감사 기간에 감사비용이 차이가 난다면 회계품질 향상 및 회계투명성 강화란 기존 취지에서 어긋나는 것이다"라며 "감사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행태라서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