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빌딩·63스퀘어 빠진 한화리츠…배당 높여도 공모 흥행은 미지수
입력 2023.03.02 07:00
    배당 높여 흥행 유도 한다지만
    부동산 대체투자 인기 시들하고
    우량 자산 편입자산에서 제외
    편입자산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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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는 3월 말 상장(IPO)을 목표로 하는 한화금융그룹의 오피스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한화리츠)의 기관 수요예측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리츠를 운용하는 한화자산운용은 6%대 배당수익률과 그룹사 장기 임대차 계약을 강조하며 ‘공모 흥행’을 자부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편입자산에 여의도 63스퀘어ㆍ장교동 한화빌딩 등 계열사 핵심 부동산이 빠진 데다, 전 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대체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리츠는 오는 3월 6~7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같은달 13~14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표주관사는 한화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번 공모를 통해 모집할 금액은 약 1160억원(총 2320만주)이다. 이중 95% 이상(1110억원)은 회사가 차입한 브릿지론 대출 상환에 사용된다. 

      한화리츠는 지난해 5월부터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고 긴 기간 동안 상장을 준비해 온 만큼, 성공적으로 공모를 마치고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화리츠는 지난해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으나 이후 계약을 해지하고, 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과 리츠 IPO 트랙 레코드(이력)가 풍부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계속 준비해오던 상장이고, 더 이상 미룰 순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대출금리가 보합을 유지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것도 (최종 상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리츠가 강조하는 부분은 합리적인 배당수익률과 경쟁사 대비 낮은 리파이낸싱(기존에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대출하는 것) 부담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향후 5년간 연 예상 배당률 6.85%를 목표로 삼았다. 자금 조달 당시 고점에 가까운 변동 금리로 계약(5.57%)했기 때문에, 향후 이자 부담은 지속 감소하고 배당 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대출 만기도 3년으로 분산시켜, 한 번에 차입금을 차환해야 하는 리스크를 분산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시장 금리가 낮아지면 리파이낸싱 부담이 줄어들고, 남는 금액은 결국 배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투자자 친화적인 편”이라며 “편입 자산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던 때 저가에 매입했기 때문에, 자산 가치 상승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공모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편입자산이 경기 소재의 공실률 9%대 건물에 치중된 데다, ‘알짜 부동산’인 한화빌딩(장교동)과 63스퀘어(여의도)가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의도 한화손해보험 빌딩(매입 금액 4560억원)을 제외하면 한화리츠에 편입된 자산은 ▲노원빌딩(298억원) ▲평촌빌딩(625억원) ▲ 중동빌딩(654억원) ▲구리빌딩(466억원) 등으로 모두 1000억원 미만이다. 

      공실률은 여의도빌딩(0.15%)과 중동사옥(2.97%)을 제외하면 ▲노원빌딩(9.8%) ▲구리사옥(9.2%) ▲평촌빌딩(9.15%) 등으로 10%에 가깝다. 젠스타메이트가 최근 발표한 '오피스 월간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도심권역(CBD) 오피스 공실률은 3.6%로 집계됐다. 한화금융그룹 편입자산의 공실률이 서울 오피스의 공실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그만큼 핵심 오피스 대비 임대 수요가 높지 않고, 추후 공실률이 상승할 우려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올해부터 적용될 IFRS17(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때문에 급하게 부동산 자산을 털어내야 했고, 그래서 나온 게 한화리츠다. 상장 리츠로의 지속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편입자산 퀄리티도 떨어지고, 현재 상장리츠들이 5000원(상장가)을 밑도는 상황이라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자산운용 측은 “상장을 준비하고 자산을 매입할 시점에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섣불리 장교빌딩이나 63스퀘어 등 대형 자산을 편입하기엔 어려웠다”며 “당사는 63스퀘어 등 핵심 자산의 우선매수협상권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한화리츠를 장기적으로 성장시켜 운용할 것이기 때문에 (우량자산을) 편입할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리츠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리츠는 부동산 대체투자 항목이기 때문에 대출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적용금리가 높아지면 부동산 시장도 위축되고, 이에 따라 리츠의 주가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부동산리서치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작년 11~12월보단 나아졌지만, 아직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태”라며 “코로나 당시 선순위 대출금리가 오피스 기준 2% 중반이었던 호황기와 달리, 현재 대출금리는 5%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아직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상장을 준비하는 리츠들이) 한동안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심리 및 시장의 분위기, 즉 매크로 변동성에 따라 공모 흥행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