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교체에 케이뱅크 투자자 '노심초사'
입력 2023.03.07 07:00
    회장 교체로 인해 기존 비지니스 후순위로 밀릴 수 있어
    디지코 전략 수정시 투자자 혼란 커질 듯
    당장 케이뱅크 증자 이슈 불거질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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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T 회장 교체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케이뱅크 투자자들도 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구현모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 됐지만, 결국 교체되는 것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기존에 KT와의 거래 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새 회장이 전임자 색깔 지우기에 나설 경우 자칫 KT와 투자자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대표이사 후보 면접 심사대상자(숏리스트)를 공개했다.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등 4명이다. 4명 모두 KT에서 재직했거나 임원으로 근무 중인 내부인사다. 

      KT 회장 인선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까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있고, 여당에선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처럼 회장 선임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케이뱅크 투자자들도 행여 기존 투자계약에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한다. KT의 역사를 살펴보면 회장이 바뀔때마다 기존 비지니스가 후순위로 밀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석채 전 KT회장이 만든 '올레(olleh)' 브랜드를 들 수 있다. 해당 브랜드는 한때 KT의 주요 서비스에 이름이 붙을 정도로 KT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브랜드다. 이후 황창규 회장 때부터 해당 브랜드 사용이 줄어들더니 구현모 회장 체제에선 사실상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을 대체한 것이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디지코(DIGICO)'다. 

      이런 디지코 사업의 선봉장이 케이뱅크로 KT의 금융 계열사인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지분율 34%)로서 해당 사업을 이끌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베인캐피탈 등으로부터 7250억원을 프리IPO 투자를 받았다. 

      IPO를 전제로 한 투자로, 행여 IPO가 불발되었을 경우를 대비해 케이뱅크는 투자자들과 동반매각청구권과 조기상환청구권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2026년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케이뱅크를 최대주주인 BC카드와 동반매각을 하거나, BC카드가 매각을 원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지분을 되사갈 수 있게 된다. 

      다만 해당 계약에 대해 회장 교체로 인해서 주주간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나마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건 계약서인데, 아무리 계약을 촘촘하게 했더라도 분쟁이 있어왔던 만큼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부분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행여 계약에 따라 동반매각을 하더라도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금융지주 정도가 인수후보로 꼽을 수 있지만, 이들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은 이미 낮아진 상황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KT가 회장이 바뀔때마다 전임자가 했던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IPO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까지 바뀌면 KT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라고 말했다.

      당장 문제는 차기 회장이 케이뱅크에 관심을 쏟지 않을 경우 해당 비지니스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금융당국에선 해당 자금을 자본으로 인정해 주지 않음에 따라 IPO가 늦어질 경우 추가 증자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케이뱅크의 BIS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14.77%로 1분기말 대비 1.64%포인트 떨어졌으며, 지난해 말 BIS 비율은 13.94%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30%대 BIS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로 계획었던 IPO는 이미 시장상황에 따라 연기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추가증자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회장이 바뀌면서 케이뱅크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라며 "당장의 비지니스를 위해서라도 떨어지는 BIS비율을 높여야 하는 처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