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기대감 고개 드는 투자시장…흐름 가속할 대어(大魚) 나타날지 주목
입력 2023.03.07 07:00
    작년 하반기 이후 최악의 유동성 기근은 벗어나
    채권·주식 시장 흥행 사례…투자자들도 '기지개'
    분위기 달라질 조짐 있지만 완연한 회복은 아냐
    투자 열기 고조시킬 대형 거래 나타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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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 하반기 이후 레고랜드 사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시장은 개점 휴업 상태가 이어졌다. 건설 관련 채권이나 어음은 수요가 사라지며 대기업조차 초단기 자금을 고금리에 빌리러 다녀야 했고, 상장 기대주들은 증시 문앞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고금리 부담에 사모펀드(PEF)와 자산운용사, 기관투자가 등은 곳간을 걸어 잠궜다.

      이런 분위기는 해가 바뀐 후에도 한동안 이어졌는데, 최근 들어서는 시장에 자금이 돌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아직 완연한 회복이라 보기 어렵고 일감 기근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여전하지만, 조금씩 투자 활동이 활발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이나 투자사들도 언제까지 본업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보니 이제는 다시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들이다.

      채권 시장은 작년에 발행하지 못했던 물량과 투자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북적이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서는 한주에 5조원가량의 채권이 발행되기도 했다.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금리 변동성이 크지만, 그 끝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도 많다. 대기업이 구걸하다시피 돈을 마련하러 다녔던 작년 말의 분위기와는 천양지차다.

      증시 문턱도 올해 들어선 낮아지는 분위기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된 후 상한가)은 물론,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는 ‘따상상’ 기업도 나오고 있다. 한동안 은행에만 묶여 있던 자금들이 다시 투자처를 찾기 시작하고, 일부 테마주 성격의 기업들이 주목받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연기금·공제회, 상호금융 등 주요 출자자(LP)들은 회원과 고객들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며 투자 여력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다시 투자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펀드 시장의 큰 손인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올해 들어 다시 PEF에 문을 연 분위기다.

      끝 모르고 오르던 금리도 이제는 감수할만한 수준까지 내려오는 분위기다. M&A 인수금융 금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10%에 가까웠는데 이제는 거래에 따라 7%대 초중반까지 낮아졌다. 이전까진 대주단 구성(신디케이션)에 실패해 부담을 떠안는 금융주선사가 많았는데, 이제는 웬만한 거래는 신디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PEF들도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LP의 투자 자제 요청과 인수금융 금리 부담 등으로 개점 휴업 상태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블라인드펀드가 있는 곳들부터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작년 승진에 성공한 글로벌 PEF의 임원들도 ‘자기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움직여야 올해 중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

      한 M&A 자문 전문가는 “기업도 PEF도 이제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며 “M&A를 논의하자는 곳들이 조금씩 생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소폭 낮아지고 신디케이션도 이뤄지다 보니 M&A 시장이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시장의 분위기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현 시점 시장에 온기가 도는 분위기는 맞지만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날지 하반기 이후까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이르다. 확실한 분위기 반전 효과를 가져오려면 성공적인 대어(大魚)급 거래들이 나와야 한다.

      ‘따상’이 다시 나타난 것이 반갑지만 모두 코스닥 중소형주다. 이를 호황의 전조로 단정하긴 이르다. 조단위 기업가치가 기대됐던 오아시스는 수요예측 부진에 코스닥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작년 초 현대엔지니어링의 증시 입성이 무위로 돌아간 후 대어의 상장길이 사실상 막혔다. 올해도 대형주의 증시 입성 계획이 취소되거나 늦어지고 있다.

      한 상장 예비 기업의 임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증시에 입성하려면 지금부터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릴 대형 거래가 슬슬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연초의 오스템임플란트, 메디트와 같은 대형 M&A들이 단기간에 펑펑 터져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꼽히는 대형 PEF들은 여러 투자 거래를 살피고 있지만 대부분 그 규모가 수천억원 수준에 그친다. 투자회수가 필요한 곳들은 올해도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작년 아쉬움을 남긴 SK온 투자유치 거래는 올해 추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에는 순탄하게 이뤄질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결과에 따라 올해 소수지분 거래 흐름의 분위기를 가를 수도 있다.

      한 PEF 임원은 “올해 1~2월 들어 작년에 쉬면서 뿌려둔 투자 제안에 대한 반응이 슬슬 나타나고 있는데 주제나 섹터가 매력적인 것들은 별로 없다”며 “중소중견 거래들은 분위기가 나쁘진 않지만 당분간 조단위 거래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