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벌써 4년' ISS와 끈질긴 악연...자구노력 '부족'에 대안없는 '반대'
입력 2023.03.10 09:59
    조 회장 연임 반대부터 시작...최근 3년 사외이사 연임 '전부 반대'
    채용비리ㆍ라임펀드 사태 종료에도 "이사 책임 면제되는 것 아냐"
    경쟁사 KB는 사외이사 6명중 3명 교체...신한은 이사 수만 2명 줄여
    • 신한금융지주가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4년째 악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용병 회장이 연루됐던 채용비리 와 라임펀드 사태로 인한 여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대안 없는 ISS의 권고가 큰 힘을 받지 못하기도 했지만, 신한금융 역시 자성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ISS는 최근 신한금융 주주들에게 정기 주주총회 관련 의결권 행사 지침을 안내했다. 보고서에서 ISS는 올해 연임에 도전하는 곽수근ㆍ배훈ㆍ성재호ㆍ이용국ㆍ이윤재ㆍ진현덕ㆍ최재붕ㆍ윤재원 등 8명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이 담겼다.

      현 사외이사진이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는 게 핵심 사유였다. 구체적으로는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관련 사법리스크와 라임펀드 사태 관련 내부통제 미비가 꼽힌다.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로 판결났고 라임사태 역시 조 회장 '주의', 진옥동 당시 행장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로 제재심이 종료됐지만, 이런 사태를 유발한 책임을 사외이사진에게 묻겠다는 게 ISS의 의도로 해석된다.

      ISS는 최근 4년간 꾸준히 신한금융 이사회의 책임을 물어왔다. ISS는 지난해에도 "법원의 (2심 무죄) 판결로 조 회장은 혐의를 벗을 수 있지만, (회장을 선임한) 이사들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임에 나선 사외이사 7명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같은 이유로 2021년 사외이사 6명의 연임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2020년 ISS가 반대한 조용병 회장 연임안은 찬성 56.43%, 반대 43.57%로 '천신만고' 끝에 겨우 주총을 통과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채용비리 및 라임펀드 사태 이후 ISS는 계속 같은 기준으로 신한금융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들의 감시ㆍ견제 기능 회복을 촉구해왔다"며 "신규 선임땐 찬성했던 사외이사의 연임안에는 반대 의견을 내는 것으로 보아 '신한금융 이사회' 자체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ISS의 '한국 의결권 지침서'(Korea Proxy Voting Guidelines)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가 민형사상의 법률 문제에 얽혀 있으면 원칙적으로 연임에 반대하게 되어 있다. 법률 리스크가 정리가 됐음에도 리스크 자체를 유발한 이사회에 계속 책임을 묻는 건 최근 수년새 강화된 '수탁자 책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ISS의 반대는 결과적으론 큰 힘을 내지 못했다. ISS가 사외이사 연임안에 무더기 반대표를 낸 2021년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 이사 선임안은 최저 74.05%, 최고 98.14%의 찬성률로 전부 가결됐다. 진옥동 당시 행장(기타비상무이사)을 포함, ISS의 반대 의견을 받은 6명의 사외이사가 받은 평균 찬성률은 약 75%였다.

      개별 주주 중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당시 지분율 8.8%)이 사외이사 연임안 반대에 가담한 2022년 주주총회에서도 일단 신한금융이 제시한 사외이사 7명 재선임안은 모두 가결됐다. 다만 ISS가 반대를 권고한 이사 기준 찬성률은 최저 60.33%, 최고 73.68%로 눈에 띄게 떨어졌다. 조 회장의 채용 비리 부각 전 사외이사 선임 평균 찬성률이 90%대 후반에 육박했던 것과는 큰 차이다.

      실질적 최대주주인 재일교포 주주들을 비롯, 신한금융 현 경영진 우호 지분은 대략 30% 안팎으로 분류된다. 대략 15% 안팎으로 추정되는 국내 기관 대부분과 외국인 지분 중 절반 가량은 ISS의 꾸준한 반대 권고에도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 신한금융 주주 기관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현 경영진을 전폭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ISS 권고에 따라 이사회를 공백으로 만들어버렸을 경우 닥쳐올 후폭풍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안정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에 계속 새 물을 넣어주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이번에 퇴임하는 박안순ㆍ허용학 사외이사의 후임을 뽑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 사외이사 수는 11명에서 9명으로 줄어든다. 사외이사 수가 줄긴 하지만, 기존 사외이사진이 이사회를 계속 구성하는 큰 틀은 변화가 없다. 

      경쟁사인 KB금융의 경우 올해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 중 절반인 3명을 교체키로 했다. ISS는 올해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제외한 KB금융의 모든 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한 국내 의결권자문사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지난해 ISS로부터 이사 선임 반대 권고를 받았던 진옥동 회장 내정자의 올해 찬성 권고에 만족하지 말고, 이사회 쇄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금 같은 기조라면 내년에도 주총 때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