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남지 않은 성장주 잡아라'…치열했던 두산로보틱스 IPO 주관사 경쟁
입력 2023.03.14 07:00
    침체된 IPO시장 되살릴 로봇 성장주?…기관들도 관심
    기업가치 1~2兆 거론, 한정된 협동로봇 라인업은 한계
    증권가서도 주관사 경쟁 치열…바리스타로봇 구매 열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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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침체된 기업공개(IPO)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인공지능(AI)을 비롯, 급등하는 로봇 관련주에 대한 주목도가 상당한 까닭에,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추진 시점에 호평이 오간다. 기업가치도 조(兆)단위를 기대할 수 있을 거란 평가도 많다. 다만 두산로보틱스가 보유 중인 협동로봇 제품 라인업 자체가 다양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 상장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증권사들도 분주한 한 주를 보냈다.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신제품을 구매하는 등의 움직임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7일 두산로보틱스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이 이뤄진 지 며칠 만에 주관사단이 꾸려졌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가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로보틱스 상장과 관련해선 장밋빛 전망이 오간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두산로보틱스의 예상 기업가치를 1~2조원대 수준에서 전망하고 있다. 최근까지 두산로보틱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프랙시스캐피탈과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으면서 몸값을 4000억원 수준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일단 로봇주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큰 덕에 피어그룹(비교기업)들의 주가가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89억원가량 투자한 것이 불을 당겼다는 지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투자유치 소식이 전해진 이래 3만원대이던 주가가 2배 이상 올라 8만원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시가총액도 1조600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실적 측면에서, 지난해 두산로보틱스(450억원)가 레인보우로보틱스(140억원)의 3배가량의 매출을 시현한 것을 감안하면 1조6000억원대보다는 높게 기업가치가 책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또다른 로봇 관련주인 유진로봇도 연초 3000원대에서 7000원에 가까운 주가를 형성 중이다.

      한 대형 운용사 운용역은 "지금 당장은 정확히 밸류에이션할 순 없겠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몇 안 되는 성장산업군에 속한 기업이다보니 기본적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만한 산업군이 별로 없는 것도 한몫하는 듯 하다"라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부터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해오고 있으며 판매량도 연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라인업이 다소 다양하지 않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현재로선 카메라로봇, 로봇카페 등 서비스 로봇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 증권사 IB업계 관계자는 "로봇산업이 미래 성장성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본격적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2차전지, 소재 같은 테마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해당 산업들은 적자가 나더라도 양산이 지속되된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커피머신이나 물류창고에 들어가는 로봇제품 정도 로 향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대어(大魚)가 부재했던 IPO 시장에서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보니, 증권사들도 주관사 자리를 두고 치열한 한 주를 보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영업을 위해 두산로보틱스의 '바리스타 로봇' 제품을 구입한 이야기가 회자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커버리지부문의 요청으로 두산로보틱스 커피머신 2대를 2층 접견실에 들여놓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또한 두산로보틱스의 제품 일부를 구매했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간 바리스타 로봇 구매 경쟁이 일기도 했다"며 "선정 결과 발표 이후 2대 산 곳은 대표주관사, 1대 산 곳은 공동주관사가 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증권가에 회자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