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 꼼수 논란 지속…실행은 결국 내년 총선 이후?
입력 2023.03.14 07:00
    尹, 후보 때부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의지
    산은, 조직개편 및 인사로 부산에 힘 실어
    근본적으론 산은법 바꿔 본점 위치 바꿔야
    정국 냉각…내년 총선서 여당 이겨야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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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아직까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기존 부산 내 조직을 키우고 일부 직원을 먼저 발령내는 등 행보를 보이는데 직원들은 위법·졸속 이전을 강행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본점의 위치를 바꾸려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야가 극한대립하고 있어 변수가 많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거야(巨野) 상황이 해소돼야 법 개정을 통한 실질적인 부산 이전 성과가 나올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작년 1월 부산 유세에서 국회를 설득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했고, 그 외 다른 대형 은행과 외국은행도 부산에 자리잡게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중채을 맡은 인사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통상 '표심잡기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정부의 의지는 계속되고 있다. 연내 이전계획을 승인 받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작년 8월 정부 부처 회의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을 보자 '부산에서 근무 중이냐' 물으며 진행 상황을 챙기기도 했다. 부산 출신인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벽은 산업은행법이다. 한국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으로 가려면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산업은행 지방 이전은 여야(與野) 가릴 것 없이 화두로 삼았었는데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 여야 갈등으로 정치 쟁점화할 수 있는 모든 법안은 통과가 불투명하다.

      국회 변수가 있지만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보니 산업은행도 일단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년 11월 동남권 지역을 국가 성장의 양대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소중견 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바꿨고, 해양산업금융실을 '해양산업금융 1·2실'로 확대했다. 올해 들어선 본점 직원 수십 명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인사발령을 내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하는데 부산·경남 지역 출신을 많이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참여정부 당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이어 2차 이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인데 직원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산업은행 노조원 400여명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산은 부산이전 계획 철회를 주장하기도 했다. "산은법을 개정하지도 않은 채 꼼수 부산이전을 강행한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로서는 각종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서울로 입사했는데, 갑자기 연고가 없는 곳으로 옮겨가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녀 교육이 끝났거나, 지역 순환 근무 시점이 된 경우가 아니라면 반길 이유가 없다. 부산 인사 발령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으로,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노조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서울에 있어야 하며, 이미 기존의 지점망으로도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외에 나가있는 핵심 인력들도 복귀 시 부산으로 가야하느냐며 불안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노조는 국민연금과의 비교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이 전주로 내려가며 수익률이 하락했다며 산업은행도 이전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정부는 최근 거론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방안에 대해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역시 법 개정 사항인데 이를 생략하고 위법, 졸속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을 한국거래소처럼 본점 소재지만 부산에 두고 핵심 업무는 서울에서 하는 구조로 둬서는 지방 이전의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 부산 조직을 시나브로 키워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마다 노조와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명분을 만들어 확실히 이전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 정쟁 국면에선 여소(與小) 정부가 뜻을 관철하기 쉽지 않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부산 이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산업은행도 조직 개편 등으로 통해 화답하고 있다"며 "다만 실질적으로 이전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