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이낸싱도, 매수자 찾기도 하늘에 별따기...비주거용 PF도 불안감 증폭
입력 2023.03.16 07:00
    팬데믹에 공급 늘렸는데…엔데믹에 인기 떨어진 물류센터
    개발 난감한 데이터센터…한전·지자체·수요자 모두 조건 깐깐해
    오피스, 가격 눈높이 크고 시공사 구하기 어려워…중심부는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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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경색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주거용 부동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오피스 등 비주거용 부동산 PF도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경색되자 좌초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리 변동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이 깊어보인다.

      <물류센터>

      물류센터는 초과 공급 상태인데, 물류창고의 고객인 화주가 사라졌다. 화주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수도권 외곽에 있을수록 상황이 좋지 않고, 재개발 수요도 별로 없다. (증권사 부동산 PF 관계자)

      당분간 많이 힘들 것 같다. 2~3년 전 팬데믹 상황에서 물류 '붐'이 일어나며 짓기 시작한 물류센터가 최근 막 완공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생각보다 오프라인 시장 수요가 활성화돼 물류센터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

      착공을 시작하지 않은 사업장부터 준공을 완료한 사업장까지 매물이 상당히 많이 나와있다. 최근 수년간 물류센터가 많이 지어졌는데,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금리 상승에 자잿값 인상까지 더해지자 파이낸싱 단계에 문제가 생겨 인허가 단계에서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매물은 많지만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PEF 관계자)

      호황이 지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이에 플랫폼 사업자들의 임차료 부담도 늘어났다. 예전과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PEF 관계자)

      작년 말 물류센터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반토막 이하로 감소했다. 다만, 상온 시설과 저온 시설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상온 물류 창고는 아직도 거래 수요가 많다. 지방에 위치한 저온 물류 창고는 상당히 어렵다. 저온 시설은 들어가는 설비 투자에 비해서 수익은 나기 힘든 구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제한돼있다. 민간개발로 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력이 많이 필요해 한전과 수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받는 것) 계약 맺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초고난도다. 지자체 인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지역 주민의 반발도 감당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회계법인 관계자)

      최근 데이터센터 매물이 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국내 대기업이 지으려던 데이터센터의 파이낸싱 요청이 들어왔다. 기존 투자자를 교체하는 건인데 쉽지 않을 듯하다. (IB 업계 관계자)

      한전과 수전 계약하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데이터센터는 고양시 등 경기권에 몰려있는데 이 지역에서 한 달 동안 돌릴 수 있는 전기량으로 데이터센터가 감당되지 않는다. 한 국내 IT 대기업이 과거 지역 활성화를 끌어내겠다는 조건으로 지자체에 데이터센터 허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니 고용 창출이 거의 없었다. '뒤통수'를 맞은 지자체는 이후 데이터센터 허가를 잘 내주지 않으려 한다. (외국계 은행 부동산금융 관계자)

      데이터센터는 최종 수요자가 원하는 요구 조건이 있다. 그 세부 조건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굉장히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기존에 수요자가 가진 데이터센터와 새 데이터센터와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각 데이터센터를 잇는 전선에 결함이 생겨도 찾기 어렵고, 찾아도 보수하기 어렵다. 데이터 속도 저하도 발생한다. 수요자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곳은 경기권인데 문제는 경기권 데이터센터는 한전의 수전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분산한다지만,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다. (증권사 구조화증권 관계자)

      데이터센터 물류창고 초창기와 마찬가지로 공급이 굉장히 많다. 과거에는 매물로 나와도 금방 팔렸지만, 최근 매물이 몇 건 나왔으나 팔리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수전 계약에 대한 가치를 선반영시켜 토지비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있다. 누군가 이 부지를 떠와도 높은 원가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한정적이다. 구조적으로 한정적인 상품이다. 결국 부실채권(NPL)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NPL 투자 전문 회사 관계자)

      <오피스>

      개발 건보다는 매매나 임대 관련 수요는 있다고 판단되나, 오피스로 사업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요즘 대주는 차치하고 시공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분양이 완료된 사업장에 중도금 대출이나 유동화 대출 등 먹거리가 남아있다. 새롭게 PF를 나서는 곳은 별로 없다. 적극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증권사 부동산 PF 관계자)

      수도권 중심부에 위치한 오피스는 괜찮다.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으며, 수요가 어마하다. 다만, 매도·매수는 힘들다. 가격이 폭락했지만 매도인은 어떻게든 비싸게 팔려고 하고, 매수인은 어떻게든 후려쳐 싸게 사려고 하니 눈높이가 안맞다. (부동산 자문사 관계자)

      중심부 오피스는 임대 수요가 꾸준하다. 그래서 리츠의 경우도 오피스 자산이 많은 곳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점포 부동산이 많이 담긴 리츠는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

      수요 대비 공급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기존 매물로 나왔던 게 많이 들어갔다. 대형 오피스의 경우 소유주가 대부분 운용사다. 이들은 투자자로 아직 버틸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전에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놨고, 일부는 고정 금리로 받은 곳도 있다. (증권사 PF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