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놀란 가슴 美 CPI로 진정...모처럼 웃은 증시
입력 2023.03.15 16:51
    韓美 증시, 다시 안도의 한숨
    SVB 사태, 금리인상 중단 부를까
    인플레 둔화 CPI 지수도 거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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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이어지며 혼란했던 증시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SVB 파산의 원인으로 과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꼽히며, 시스템리스크 방지를 위해 더 이상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 CPI도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나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다.

      15일 국내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전날 SVB에 대한 긴장감으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는 간밤 미국 증시의 반등에 힘입어 1%대 상승 출발했고, 최종적으로 코스피 1.31%, 코스닥 3.05% 오른 채 거래를 마감했다. 오전장까지는 순매수를 이어가던 외인이 오후부터 매도세를 확대하면서 손매도로 전환하는 등 지수 상승폭을 제한했지만, 미국발 인플레이션 압박과 금융리스크가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앞서 14일(현지시간)미국 나스닥 지수는 2.14%, 스탠다드앤푸어스(S&P) 지수는 1.68%, 다우 지수는 1.06% 올랐다. S&P 지수는 4영업일, 다우는 무려 5영업일 만의 오름세를 보였다. 

      전일 발표된 물가지표와 은행주들의 주가 회복이 증시 전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6.0% 오르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주택 임대료를 비롯한 주거 비용의 급등으로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5% 상승해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지난 1월 C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6.4% 올랐었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6% 상승했었다. CPI 오름세가 한 달 만에 6.4%에서 6.0%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의도대로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SVB 여파로 폭락했던 은행 주가들이 다시 반등한 것도 미 증시 회복에 기여했다. 

      전일 61.8%까지 폭락하면서 은행주 하락세를 주도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 장중 56% 이상 큰 폭으로 오르다가 26.9% 상승으로 마감하면서 하락분을 만회했다. 2020년 3월 이래로 하루 최대 낙폭인 12.3%를 기록했던 지역 은행 추종ETF ‘KRE’은 8% 올랐다. 지역 은행인 팩웨스트(+52%), 키코프(+15%), 자이언스 뱅코프(+17%)를 비롯해 대형은행인 찰스슈와브(+9%), 씨티그룹(+5.95%), 뱅크오브아메리카(+0.88%) 등 대부분이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당일 바이든 대통령과 협의를 마친 연준ㆍ재무부ㆍ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이 고객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안정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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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의 은행발 악재가 추가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증폭되자 시장은 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 은행주와 에코프로 등 2차전지 테마주가 반등했다.

      국내 대형 VC(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SVB 사태가 투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리콘밸리와 밀접하게 소통하는 여의도쪽 공기와 테헤란로 공기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연준의 과잉 긴축이 SVB 같은 중소형 은행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오는 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p만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시장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도 이에 따라 0.25%포인트 인상을 지연하거나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가늠할 것으로 풀이된다. CPI 지수가 예상치 정도의 발표로 거들면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피벗(Pivot·통화정책 변경) 기대감이 다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없이는 물가안정은 없다는 입장에서, 인상을 더 하면 크레딧 리스크가 터지니 인상을 더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내러티브를 급히 갈아탔다"며 "애초에 3월과 5월 사이에서, 최종금리 5% 초중반 정도에서 인상 종료가 논의되다가 1월 경제가 너무 좋다며 금리 인상 기대가 과도하게 올라온 측면이 있었다. 금리 인상 국면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