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外風) 막아줄 사외이사…검사 출신 모시기 나선 대기업들
입력 2023.03.20 07:00
    문무일 전 검찰총장 삼성SDS行
    효성중공업, 이마트 등도 검사출신 이사 모시기
    親文 영입전 펼쳐졌던 수 년 전과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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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도 역시 외풍(外風)을 막아줄 관료 출신 사외이사 모시기 관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는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검사 출신의 사외이사가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올해에도 같은 모습이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2~3년 전만하더라도 기업들이 이른바 친문(親文) 인사들을 모시기 위한 영입 전쟁이 펼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삼성SDS는 지난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42대 검찰총장 출신인 문무일 사외이사를 영입을 확정했다. 문 전 총장은 국내에 디지털 포렌식 기술 도입을 주장해온 '특별수사·디지털과학수사’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튿날인 16일 효성중공업은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 국정원 2차장을 지낸 최윤수 전 차장을 사외이사로 주총에서 확정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으나 올해 1월 특별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마트와 광주신세계, 오리온과 같은 유통업계도 검사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 나섰다. 이마트는 이상호 전 대전지검장을, 광주신세계는 이건리 전 창원지검장, 오리온은 노승권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각각 사외이사 추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기업 지주회사도 마찬가지다.

       ㈜LG는 조성욱 전 대전고검장을 ㈜한화는 권익환 전 남부지검장의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미 대기업 지주회사에는 상당수의 검사출신 이사진이 포진해 있는데 ㈜두산은 전주지방검찰청장 출신의 윤웅걸 사외이사(~2025.03), LS는 정동민 전 서울서부지검장(~2024.03), HD현대는 황윤성 전 춘천지검 검사장(~2024.03)을 각각 이사진에 선임한 바 있다.

      2곳 이상의 기업에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등재한 검사 출신 인사들도 눈에 띈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 수원지검 검사장을 지낸 차경환 전 검사장은 오는 22일 열리는 현대건설기계, 같은달 29일 열리는 롯데케미칼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의 이동열 전 검사장은 현대위아와 대한전선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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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경우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한 부서와 취업예정기관과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취업이 제한된다. 현재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등재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기업을 포함한 취업심사대상기관은 총 1만7000곳이 넘는다.

      지난해 국내 한 기업분석연구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사외이사들의 약 30%는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 가운데 40%가량은 법원 및 검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을 앞둔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기가 높아진 검사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며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노력은 어제 오늘일은 아닌데 이는 정권 교체와 더불어 현 정부와 일정부분 코드를 맞추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명망있는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해 기업의 경영 활동에 있어 정부와 윤활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오래된 재계의 관행이다. 산업 재편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시점, 또는 유통과 가은 정부의 규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산업의 경우 수면 아래에서 대관(代官) 역할을 맡아줄 인사들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검사 출신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자문 역할을 기대한다기 보단 혹시 있을지 모를 사법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란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