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나선 토스뱅크…SVB 사태 이후 채권 중심 자산구조 '재조명'
입력 2023.03.20 07:00
    SVB와는 다르지만 채권 평가손실에 취약한 자산구성
    카뱅·케뱅과 달리 자산 대부분 대출 아닌 국채·금융채
    평가손 1000억에도 BIS 비율 휘청거리는 구조
    금융당국도 예의주시…두꺼워질 펀딩 계약서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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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스뱅크가 재차 자본확충에 나선 가운데 곧 드러날 지난 4분기 보유 원화 유가증권 평가손실 규모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유가증권 손실이 확정되며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토스뱅크의 자본규모가 약소해 유가증권 평가손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휘청이는 구조인 까닭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선제적으로 토스뱅크의 자본적정성을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두꺼워질 계약서를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SVB의 갑작스러운 파산 이후로 토스뱅크의 자본적정성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SVB와는 사업 성격부터 차주 구성까지 전혀 다른 종류의 은행인 데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금리 인상기 채권 가격 하락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자산에서 대출채권 비중은 가장 낮고 유가증권 비중은 가장 높다. 운용할 수 있는 자산 상당 부분을 고객 대출이 아니라 국채나 금융채 매입에 썼다는 얘기다. 

      지난 3분기 토스뱅크의 자산총계는 약 27조3588억원이다. 이 중 기말 장부에 반영된 유가증권이 총 17조6040억원으로, 전체의 64%에 달한다. 이어 고객에 대출한 자산이 약 25%, 현금과 예치금이 7.8%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자산 절반 이상이 고객에 대출한 돈으로 채워진 것과 반대 구조다. 

      보유 유가증권이 많은 것 자체는 은행의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토스뱅크의 유가증권 대부분이 고유동성 자산인 3년물 안팎 국채와 금융채인 만큼 유동성 위기 상황에 대응 여력이 풍부하다고 볼 수도 있다.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90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수준이고 케이뱅크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해서 유동성 조달이 용이하고 예금자도 소액 예금 중심이라 SVB와 같은 뱅크런 우려는 없다"라며 "단순히 채권 규모가 많다는 점으로 SVB와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고 훨씬 안정적인 은행"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 측도 "SVB는 주택저당증권(MBS) 위주로 자산을 담은 데다 차주가 스타트업인 특수은행이라 비교가 힘들다"라며 "이달 말 중 4분기 정기공시 예정인데 현재 유동성 우려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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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증권 중 절반가량이 은행계정 내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FV-OCI) 금융자산으로 반영돼 있다. FV-OCI로 처리된 금융자산은 매 분기 평가손이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돼 자본금 규모에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가 급등할 경우 보유 채권의 공정가치가 하락하면서 평가손실이 자본금을 깎아먹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지난해 대출 일부를 중단하고, 씨티뱅크와의 대환대출 제휴 사업도 선정 이후 포기하게 된 배경으로 BIS 비율 하락이 꼽힌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FV-OCI 계정에 담긴 채권에서 작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 분기 각각 684억원, 1967억원, 2385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계정 내 유가증권 총액이 10조원 안팎이니 손실 자체는 1~2%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BIS 자기자본이 1조원도 안 되기 때문에 BIS 비율은 더 큰 폭으로 휘청이게 된다. 토스뱅크는 채권 평가손실이 계속되는 동안 추가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BIS 비율은 10~11% 안팎을 오가며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토스뱅크가 경쟁사와 달리 자산 대부분을 유가증권으로 담은 건 후발주자인 것과 당국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 권고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해 중·저신용 대출 비중 25%를 맞출 때 토스뱅크는 40%를 목표로 세웠다.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RWA)이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힘들었을 거란 얘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숙제를 내준 게 토스뱅크 출범 직후였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고신용 대출 비중이 낮아서 40%라는 보다 높은 목표치가 설정된 것"이라며 "대출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힘드니 자산을 현금이나 예치금 형태로 놀게 하는 것보다 안전자산인 채권 매입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채권 시장이 지난 4분기 중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만큼 3분기 수준의 평가손실을 예상하는 목소리는 제한적이다. 토스뱅크도 SVB 사태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선을 긋고 있고 금융당국 역시 두 은행이 유사하지 않다는 점에서 뱅크런 우려는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자본적정성 관리가 비교적 취약한 구조인 만큼 진행중인 투자 유치전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토스뱅크는 17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캐피탈과 홈앤쇼핑,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신규 주주로 합류하며 총 납입 자본금은 1조65000원으로 늘어는데, 유치 과정에서 어떤 안전장치가 제시됐는지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확보한 투자금에 계약 조건이 많이 달린 경우 자본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케이뱅크는 이 때문에 2021년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약 1조2500억원 가운데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베인캐피탈 등으로부터 확보한 투자금 약 7250억원이 보통주로 인정받지 못했다. 

      금융당국 출신 한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올해 영업을 이어가려면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긴 한데, 투자자 설득 과정에서 회수와 관련된 안전장치 요구가 늘어날 수 있어 우려가 크다"라며 "상장 시 동반매각청구권이나 조기상환청구권 등 조건이 늘어날수록 당국으로부터 자본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