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클러스터' 언급한 대통령, 보스턴行?…바이오 업계는 공염불 걱정
입력 2023.03.21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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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4월 국빈 미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바이오 업계에는 기대감과 우려가 정확히 반반 공존하는 분위기다.

      시간을 되돌려 지난 2월말 청와대에서 있었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 이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을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며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미국 현지에선 윤 대통령이 이번 방문 일정 중에 보스턴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이오업계는 이 자체에 의의를 두면서 이게 기대감으로 반영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혁신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바이오헬스 첨단 전문인력 양성, 창업 지원 강화 등도 이번 방미의 주요 의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바이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인구 70만명이 안되는 도시에 방문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만큼 '바이오산업의 성지'가 된 보스턴이 한국 바이오 산업에 던지는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내 바이오기업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 확대의 긍정적 시그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평했다.

      그런데 앞서 말한대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혹여 방문으로 끝나버리는,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대통령이 해외 일정을 하게 될 경우 일반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셀레브레이션(celebration)'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선 실무진들이 상당 기간 물밑에서 준비하고 '사인'만 하면 될 수준으로 진행시켜 놓는다. 그런데 아직까진 그런 얘기들이 들리지 않는다는 게 현지 전언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투자 담당자는 "윤 대통령이 보스턴을 가게 되면 카운터파트너로 미국 대통령, 적어도 주지사 정도는 등장해줘야 체면이 서고 그럴려면 그 '급'에 맞는 소식이 나와줘야 한다"며 "지금쯤이면 그런 소식이 업계에서 돌아야 하는데 전혀 들리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오 산업에서도 'MADE IN USA'를 선언한만큼 국내 기업 및 자본이 현지에 투자하는 그림이 만들어져야 한다. 연구개발(R&D) 및 생산공정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투자회수의 리스크도 커 아무나 쉽게 할 수가 없다. 가뜩이나 실리콘밸리뱅크(SVB) 뱅크런 사태로 미국 초기 바이오텍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워진 상황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바이오기업과 투자기관들은 정책금융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배터리 등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장치 산업 이슈가 있다보니 바이오산업은 중요도 측면에서 뒤로 조금 밀리는 모양새다.

      한 바이오 스타트업 대표는 "1000억원 미만의 투자 건은 SI(전략적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시장의 유동성 유입이 중요한데 최근 매크로 시장의 변동성에 SVB 같은 스팟한 이슈까지 터지면서 VC들도 투자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대통령도 산업 육성을 강조했지만 온도 차가 큰 것 같다. 방미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면 좋을텐데 현재로선 큰 기대감은 없다"고 토로했다.

      "뭘 기대하겠냐"라는 자조적인 분위기도 없지 않다. 애초에 윤 대통령이 '바이오 강국'을 선언했을 때도 세부방안이 미비하고 정부 지원금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이렇다보니 관계자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보스턴에서 활동 중인 국내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홍보, 현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어주는 것이라도 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바이오기업 VC 투자 담당자는 "일례로 최근 신약 플랫폼 '지뉴브'와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 추진을 위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들 모두 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며 "지뉴브는 블룸버그 라디오가 <미국에 진출한 주목할 만한 해외 바이오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고, 셀트리온은 작년에 보스턴에 R&D 사무소를 신설하고 바이오 스타트업 동향 파악, 투자할 만한 잠재 기업 및 파이프라인을 살피고 있다. 본토에서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는 기업들에 정부가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