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에서 맥 못추는 현대차, 인도서 활로 모색 움직임
입력 2023.03.22 07:00
    미중 무역갈등에 생산기지로 '인도' 시장 공들여
    러시아 관련해선 '버티기 vs 철수' 의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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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시장을 일단 뒤로한 채 인도 시장에 본격 힘을 싣고 있다. 그간 공을 들인 러시아와 중국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판매량이 저조해진 까닭에, 미중 무역갈등의 요충지로 여겨지는 데다 판매량도 어느 정도 견조한 인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평가다.

      주로 중국 시장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란 평가가 많다. 다만 러시아 시장 철수 여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일부는 현대차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전기차 관련 CAPEX(설비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일찍이 철수해 비용을 줄일 필요성을 피력하지만, 그간 투자한 비용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현대차 인도법인은 제너럴모터스(GM)의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위해 주요 조건 거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하고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1공장을, 2008년 2공장을 설립한 이래 처음으로 완성차 공장을 인수에 뛰어들었다.

      인도는 심화하는 미중 갈등의 요충지로 여겨지는 국가다. 미국의 반중국 기조에 따라 주요 제조기업들은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생산기지로 인도를 고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의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역할이 축소되면서 인도의 반사 효과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인도는 인건비가 저렴하다. 인도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작해 단가를 낮춘 뒤 이를 판매 목적지에서 조립해 완성품으로 판매하는 CKD(낙다운) 방식을 고수할 거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부품을 판매 목적지에 실어나르는 역할을 할 현대글로비스의 실적 개선세에도 투자자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지난해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현지 공장 감산에 접어든 이래 인도가 중요한 시장이 됐다. 인도 시장에서의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다. 수요 호조에 힘입어 현대차는 인도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80만대로 증설해왔다. GM의 인도 공장을 인수하면 90만대까지 연간 생산대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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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현대차가 손실을 지속 감내 중인 중국과 러시아 시장 철수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것이 중국 시장이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 이래 감소하기 시작한 판매량은 지난해 그 비중이 한자릿수로 하락했다. 향후 판매량이 개선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분위기다. 현대차가 미래 동력으로 삼은 '전기차' 부문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 저가 전략 등을 감안하면 중국 로컬 브랜드에 대적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완전히 시장에서 철수를 할 경우 재진입에 큰 비용이 들 수 있어 쉽게 결정하긴 어렵다.

      현대차에 러시아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0년 연간 생산 20만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한 이래 202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GM 공장을 추가 인수하며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다. 러시아 내 시장점유율 2위까지 올랐지만 현재로선 전쟁 이슈에 공장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손실을 감내 중이다. 현대차의 러시아 공략 계획에 따라 400억원을 들여 중국 엔진조립을 러시아로 이전한 현대위아도 지난해 말 약 1144억원의 손상차손을 계상한 상태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 진출에 들인 비용을 회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중 무역갈등에 비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가능성은 기대를 해볼 법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는 '버티기 전략'을 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시장 철수가 현명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최근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가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카자흐스탄 측이 인수하는 협상을 했다는 외신 보도에 기대감을 내비춘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이 적지 않다.

      '선택과 집중'이 그 근거로 거론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국내에 총 21조원을 투자를 통한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계획 등을 밝혔는데 이에 필요한 재원을 러시아 시장 철수를 통해 일부 마련하는 안이다. 

      한 대형운용사 운용역은 "판매가 안 되는 지금 시점에 공장을 일찍이 매각해 나갈 비용을 줄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중국에서 러시아로 설비를 이전한 현대위아도 러시아 시장 진출 관련 유무형자산에 대해 1144억원의 손상차손을 계상했는데, 운이 좋다면 자산 매각시 손상차손 환입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도 러시아 시장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사태 파악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진 큰 움직임이 없는 까닭에 관망세를 이어갈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지난해 말 가졌던 면담에서는 러시아 시장 철수 건과 관련해 계획이 없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러시아 공장에 대해 다양한 처리 방안을 두고 검토를 진행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며 의혹을 일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