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사태, 여전채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까
입력 2023.03.23 07:00
    CS 사태서 파생된 '코코본드 뇌관' 국내서 터질까
    여전채 등 크레딧 스프레드 추이 살피는 투자업계
    제2금융권 타격?…"채안펀드 통해 해소 가능할 것"
    우량채 선호도는 굳어질 듯, "펀더멘탈 확인해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UBS로의 인수합병(M&A)'으로 곧장 봉합되는 모습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상각될 22조원 규모의 AT1(코코본드)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여파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명받는 건 여신전문금융사채권(여전채)이다. 

      이달 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초고속 파산 이후 CS 부실사태까지 불거지면서다. 지난해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CS는 SVB 사태가 발생한 이래 금융시장 신뢰가 무너지며 지금의 위기를 맞았다. 주가가 25% 가까이 폭락했고 예금주들이 예금을 급히 인출한 데 따른 유동성 위기를 맞닥뜨렸다.

      지난 주말 UBS가 CS를 인수키로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상각될 코코본드가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코코본드는 은행이 위기에 처할 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보유자에게 손실을 입히는 방식으로 설계된 채권이다. Tier1 자본으로 인정되는 까닭에 은행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을 해왔고, 투자자들은 발행사(은행)의 재무적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금리에 매력을 느껴 투자에 나섰다.

      그런데 스위스 2대 은행의 코코본드가 휴지조각이 될 상황이 연출되면서 크레딧 시장에 일종의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CS 사태 이후 미국의 투자등급, 하이일드등급 회사채 모두 크레딧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로, 회사채 투자심리의 가늠자로 활용된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향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추후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 부채부담을 높일 것이며 유동성 부족에 따른 부도율 상승세가 가파를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 기관들은 해당 사태의 여파가 국내 크레딧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여전채 금리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전채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스프레드가 제일 먼저 반응하는 채권 중 하나다. 실제로 투자업계에 따르면 A 등급 이하 여전채 물량이 원활히 소화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채 등 여전채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추가로 벌어져 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은행계열 캐피탈채 정도는 시중에서 문제 없이 소화되곤 있는데 그 외 여전채에 대한 투심이 다소 사그라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CS사태가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련의 사태 이후 미국 투자등급, 하이일드등급 크레딧 스프레드 모두 확대됐지만, 그 사이 국내 크레딧 스프레드는 1bp(1bp=0.01%p)가량 소폭 벌어지는 수준에 그쳤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최근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국면에 놓여있는 까닭에 여전채의 크레딧 스프레드도 동반돼 확대된 것으로 봐야 한다"이라며 "특히 분기 말인 3월달은 채권자금이 유출되는 시기다. 전반적인 회사채 수요가 둔화된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말 크레딧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이후 축소되는 모습이었는데 일시적으로 폭이 넓어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 본다"라고 전했다.

      여전채에 대한 투심이 저하되더라도, 유동성 문제가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로 마련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일부 자금이 남아있는 까닭에, 시장 경색이 일 경우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제2금융권이 신규 사업 확대하지만 않는다면, 조달 여건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타격이 크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CS 사태가 제2금융권에 미칠 여파는 적다고 보는 분위기다. 20일 박상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업무설명회를 통해 "중소금융회사는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및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대내외 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한 유동성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금융당국이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따른 여파를 매번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였다"이라며 "그간 대출 등 제2금융권 역할에 대해 조언을 해왔던 만큼 유동성에 대한 점검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우량채권에 대한 선호도는 굳어질 전망이다. 발행 부담이나 투자심리 저하 등을 고려하면 향후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펀더멘탈이 양호한 채권 위주로 투자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A등급보다는 AA등급을 선호하는 현상이 연초에도 계속 나타났는데 글로벌 채권시장 내 불안감이 지속되면 이같은 선호도가 굳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