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매각 전' 결자해지' 필요한 JKL…뒤늦게 발목 잡힌 메리츠證
입력 2023.03.23 07:00
    소송에 금감원 민원 제기까지…분쟁 판 키우는 롯데손보
    매각 전 몸만들기 평도…승소하면 JKL 회수성과에 이득
    메리츠證, 소송 결과 날때까지 지속 대립 '불가피' 전망
    금감원 '위법성' 확인시 앞서 제기한 소송전도 영향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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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윤수민 기자)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이 서로 사고 판 펀드 관련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소송을 제시한 데 이어 최근 금융감독원에 민원도 제기했다. 매각을 고려해야 하는 JKL파트너스가 더 늦기 전 '결자해지'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메리츠증권도 강하게 맞서고 있으나 롯데손보는 끝까지 가보겠다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건 메리츠증권이 당분간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현재 메리츠증권이 지난 2019년 판매한 미국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펀드의 위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펀드로 가장 큰 손실을 본 롯데손보가 지난 6일 금감원 측에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롯데손보가 메리츠증권에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과는 별개로, 메리츠증권이 부실 가능성을 알고도 판매한 것인지 금감원이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이다. 

      펀드 자체는 지난 2019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조성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보유 중이던 프론테라 발전소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발행한 1억6000만달러 규모 메자닌에 투자하는 구조다. 메리츠증권은 하나대투가 운용하는 메자닌 펀드의 수익증권을 총액인수해 롯데손보와 KDB생명,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에 판 판매사에 해당한다. 

      해당 펀드는 이미 2021년 8월 전액 손실 처리됐다. 롯데손보 측도 이미 회계적으로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손실이 확정된지 1년이 훌쩍 지나 롯데손보가 소송에 이어 금감원에 기망 여부까지 묻자 메리츠증권도 난감해 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실사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기관이 계약 변동성이나 구조를 모르고 투자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 중이다. 

      펀드에 담긴 자산의 구체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블랙스톤 보유 프론테라 발전소는 롯데손보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받아 간 1억6000만달러 메자닌 대출 외 7억7000만달러 규모 선순위 대출도 있었다. 메자닌은 대출(loan)과 지분(equity)의 중간 성격으로 통상 빌려준 돈을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주식으로 받을 수도 있는 중위험 중순위 성격 상품이다. 대신 프론테라가 돈을 갚을 때는 저위험 저수익 상품인 선순위 대출자가 메자닌보다 우선권을 쥔다. 

      쉽게 말하면 발전소가 벌어들인 돈은 우선적으로 선순위 대출 투자자 몫이고, 그다음이 메자닌 투자자 몫이 된다. 그러고도 남는 돈이 있다면 후순위, 즉 지분 투자자인 블랙스톤에게 흘러가는 식이다. 하나대투는 중간 격인 메자닌 차주까지 돌아오는 돈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를 조성한 셈이다. 그리고 메리츠증권은 이 펀드에 투자할 기관투자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문제는 기초자산인 프론테라 발전소가 돈을 벌지 못해 빚을 갚기 어렵다고 할 때 발생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물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데, 프론테라는 선순위 대출을 받으며 실물자산인 보유 부동산 외 모회사인 운영법인 지분까지 담보로 제공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메자닌 투자자가 운영에 참가해 변제받을 권한까지 담보로 제공했단 얘기다. 달리 말하면 프론테라 보유 부동산의 담보인정가치가 처음부터 부족했단 뜻이다. 

      이 때문에 롯데손보는 한차례 주어진 현지 실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기초자산 실사·검증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운용사인 하나대투와 판매사인 메리츠증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대투가 설정한 펀드에 메리츠증권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상세 내용이 제공되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에 대해 "위 내용이 투자설명서에 담겨 있지 않다는 롯데손보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발전소의 선순위 대출 담보물에 대한 내용도 법률 실사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된 데다 선순위 투자자의 손실 역시 94%에 달한다"라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손실을 둘러싼 판매사와 투자사 간 갈등으로 보이지만 투자 업계에선 롯데손보의 매각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인 롯데손보는 지난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매각됐다. 공교롭게도 경영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문제의 펀드도 설정·판매됐다. 시장에선 JKL이 언젠가는 롯데손보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롯데손보가 분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수합병(M&A)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손보가 메리츠증권에 제기한 소송에 이겨 손실 일부라도 회복하면 JKL파트너스의 회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구조"라며 "실제 배경이야 어쨌건 이번 분쟁이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매각에 맞춤한 상태로 정비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건 맞다"라고 전했다. 

      메리츠증권으로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일차적으로는 금감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관건인데, 펀드 구조가 복잡해 금감원 측에서도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