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에도…말라가는 현금에 투자유치 급해진 컬리
입력 2023.03.24 07:00
    매출 2兆 달성했지만 떨어져가는 현금에 펀딩 나서
    5000억까지 거론되는 밸류…매수자측, 조건 요구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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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속 성장을 바탕으로 한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예고했던 컬리가 비어가는 현금고에 애를 먹고 있다. 유통기업 특성상 단기 자금소요가 많은 만큼, 컬리가 보유한 남은 현금도 근시일내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추가 펀딩에 나서는 분위기지만 쉽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컬리지만, 이와 관련해 '비용을 늘린 결과'란 비판이 적지 않다. 총거래액(GMV) 또한 늘어난 모습이지만, 최근 들어 기업가치 산정식으로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인 까닭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연초부터 기존 주주들을 비롯, 신규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유치를 받기 위한 설득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2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밸류)로 물밑에서 펀딩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유로는 부족해진 현금이 거론된다. 컬리가 마지막으로 투자유치를 받은 건 2021년이다. 당시 2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몸값은 4조원 수준으로 매겨졌고, 컬리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총 9000억원이 됐다.

      컬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컬리가 보유한 현금자산이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매달 200억~300억원씩 비용으로 나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 유지를 위해 추가 투자유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반응은 미지근한 분위기다. 대다수의 기관들이 투자 요청에 반려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컬리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 수준으로 내리는 것을 조건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일찍이 컬리에 투자한 일부 외국계 투자기관들은 신규 투자자가 자금을 투입하면 추가 출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벤처캐피탈(VC)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결과라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줄 VC 하우스들도 펀딩에 어려움을 겪었다. 후속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각 기업마다 그간 조달한 현금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기존 주주 구성에 따라 후속투자 유치 여부가 갈리면서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컬리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조차 구주를 급히 매각하려는 분위기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컬리 개인투자자들이 5000억원 밸류에 구주를 매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들은 500억원 수준으로 낮추면 사주겠다며 고자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 소식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거래액 또한 1년 만에 32% 증가한 2조6000억원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큰 비용을 들여 만든 성과'라는 평가가 오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비즈니스 쪽이 최근 들어 많이 무너지는 이유가 자금회전을 시켜야만 매출이 나는 구조기 때문"이라며 "이커머스업종이 주목을 받던 시절엔 GMV가 가치평가 방식으로 설득력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기술만 보유해도 투자를 받았던 바이오기업들조차도 요즘엔 매출액 시현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컬리로서는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해주는 것이 이같은 난관을 이겨낼 복안이 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현금이 말라가는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SI를 대주주로 세우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는 보장해주진 못하겠지만, 당장 부족한 재무여력을 보완해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다만 이또한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SI 입장에선, 그간 투자를 유치하며 관계가 형성된 수많은 FI들 뿐만 아니라 창업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C레벨들과의 이해관계 문제를 그대로 떠오는 셈인 까닭에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밸류가 크게 떨어지면서 SI들 입장에서는 염가에 신사업을 모색할 기회가 될 순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그러나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데다, 당장 경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꾸준히 대줘야만 하는 부분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