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주주들에게는 '신(神)'같은 존재?
입력 2023.04.03 07:00
    Invest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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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돌아왔다.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지 불과 2년이다. 

      '아름다운 퇴장'이란 다소 낯 간지러운 찬사를 받고 떠난 그가 민망함을 무릅쓰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근거는 은퇴(2021년 3월) 당시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며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서 회장의 복귀가 '경영진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다. 결국 서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며 박수 받으며 떠난 유일한 그룹 총수이자, 경영진에서 간곡히 복귀를 요청할 정도의 유일무이한 경영인으로 포장될 수 있었다.

      일련의 상황들을 비쳐보면 서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셀트리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 앞장서며, M&A를 통한 계열사 확장에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인물>로 묘사된다.

      창업주 서정진 회장을 떼놓고 셀트리온을 설명하긴 어려운게 사실이긴 하다. 그의 능력을 믿고 따르는, 아니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보이는 지지자들도 많다. 물론 서 회장의 능력으로 셀트리온이 또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면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앞서 "왜 반드시 서정진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나라에 태평성대(太平聖代)는 찰나와 같은데 그룹 경영은 언제나 풍전등화(風前燈火)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온할 때 떠나고 어려울 때 돌아온다'는 위험한 발상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경영인의 자세가 과연 책임 있는 모습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서 회장의 복귀는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 즉 서 회장 손으로 직접 마련한 현재의 경영 체계가 적어도 '위기'의 상황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M&A와 계열사 합병 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권한도 능력도 없는 이사회에 수 십만명의 재산을 맡긴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 그리고 주주에 대한 '사과'가 뒤따라야한다. 금융시장 상황을 핑계로 주가 하락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지만 이사회의 의장은 두 아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서 회장이 돌아와 그룹의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기형적인 구조를 어떻게 탈피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법도 제시해야한다.

      사실 서 회장의 복귀는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과 '신약 개발'과 M&A와 관련한 경영 전략의 이견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번 서 회장의 복귀로 향후 셀트리온의 후계 구도는 더 불투명해졌다. 완벽한 전문경영인 체재가 갖춰져 있다면 지분 승계는 오너일가의 사적 영역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서 회장과 두 아들이 깊게 경영에 관여하는 상황과 일맥상통하지 않는 경영진들의 전략은 셀트리온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서 회장의 화법은 분명 매력적이다. 눈 앞의 불만을 잠재우는데는 최적화한 발언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에 뒤따르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매도에 질렸다. 주식 다 팔겠다. 절대 번복하지 않겠다"(2013년)

      "임상 결과를 보면 4~5일이면 몸안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 사멸된다"(2020년) 등

      10년 전부터 전쟁을 선포한 셀트리온의 공매도 이슈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계열사 주가가 부진이 거론될 때마다 '공매도'는 늘 그럴싸한 핑계거리가 됐다. 

      사실 "공매도가 없었더라면 셀트리온의 사업 성과와 실적만으로 주가가 고공행진했을까"라는 의문은 합리적이다. 이보다 "셀트리온에만 유독 공매도 세력이 몰리는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당장 내일이라도 코로나 상황을 종식할 '구원자' 같던 서 회장의 발언, 계열회사 3곳을 합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계열사 주가는 급등했다. 셀트리온의 부흥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는 판매중단된 상태. 기약없이 미뤄지던 3사 합병은 여전히 "경제 시장이 안정되는 시기에 맞춰 진행할 수 있게 준비"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서 회장은 대규모 M&A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약개발업체로 대전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첫번째 M&A 대상으로 지목된 곳은 글로벌 의료기기제조사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이다. 서 회장은 "잉여 현금흐름으로 대규모 M&A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다"며 "4~5조원의 자금을 마련해 3분기쯤 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본시장에 잠시라도 몸을 담았던 이해관계자들은 "얼마를 마련해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란 말을 웬만하면 신뢰하지 않는다. 경쟁 입찰에 참여할 회사가 강력한 M&A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다는 것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빌런'이 아니고서야 택하기 쉽지 않은 전략임에는 분명하다.

      자금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삼성전자마저 대규모 M&A를 예고한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햤다. 현재는 자회사에 운영자금을 빌리는 상황에 몰리면서 그 당시 내비쳤던 M&A의 자신감도 재조명 받고 있다.

      그룹의 창업주와 오너의 역할은 때론 굉장히 중요하다. 수 만명의 밥줄이 달린 의사 결정을 하루에도 수 차례씩 내려야하고, 결정에 부합하는 책임을 질 유일한 인물이다.

      그 자리의 무거움을 폄하할 순 없지만 나르시즘에 빠진 오너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지나친 순간부터 주주와 투자자, 임직원들의 위기가 시작된다. 그렇기에 오너를 감시할 수 있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존재하는데 그 이사회가 '서정진 만능주의'에 빠졌다면?

      영속가능한 기업은 오너가 있어야 내일이 있는 기업이 아니다. 당장 내일 오너가 없더라도 누구도 느끼지 못할 곳이다. 이제 서정진 회장이 없는 셀트리온을 상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