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당분간' 대형 M&A는 없다
입력 2023.04.04 07:00
    취재노트
    • 삼성전자에 '당분간' 대형 M&A는 없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월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당시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대규모 M&A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이었다. 한 부회장은 "부품과 세트(완제품) 모두에서 (M&A)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상당히 많이 보고 있다"며 "사업 중장기적, 단기적인 것을 다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2월에 2021년 감사보고서가 나오면서 신빙성을 더했다. 사업 시너지 효과가 부족한 종속기업 18개를 정리했는데 이게 향후 M&A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들이 나오면서다. 하만 이후 회사가 얘기하는 그럴싸한 딜(Deal)이 없었던데다 '비전 2030'이라는 목표도 있는 만큼 시스템반도체 등 전방위적인 M&A 예고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온 소식이 1월에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22%를 59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3월에 278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해 지분 14.99%를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할 것, 6년만에 M&A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딜 사이즈를 놓고 보면 애초에 언급했던 수준의 딜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시장에선 삼성전자에 '당분간' 대형 M&A를 보기 어려울 거라고 예측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지난달 한 건의 공시가 단초였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운영자금 목적으로 만기 2년6개월, 금리 4.6% 조건으로 20조원을 빌린다는 소식이었다. 반도체 한파에도 미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기존의 40조~5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유지를 위한 용도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외형 확장이 아닌 현상 유지를 위한 조달이다.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할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연초만해도 1분기 영업이익으로 3조원대 흑자 전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적자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트에서 보완을 해줘야 하는데 여기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회사는 하반기엔 상황이 좀 나아질거 같다고 얘기하지만 장담할 순 없다.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올해도 사실상 대형 M&A가 물 건너 갔다는 게 정설이 돼버렸다.

      M&A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법 시행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골치가 아픈데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미국 내 사업 확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적은 떨어지고 정치적·외교적 분쟁의 한 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삼성전자가 현 시점에서 대형 M&A를 하겠다고 하는 것도 뜬금없긴 해서 주변을 둘러싼 환경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진 획기적인 무언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CES에서도 "인수합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안 문제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블러핑(bluffing)일 수 있고, 이 역시 고도의 경영전략이 될 수도 있지만, 시장과의 온도차는 확연하다.

      "안하느니만 못한 삼성전자의 M&A 언급이 매번 이런 식으로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