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의 정몽규, KFA의 정몽규
입력 2023.04.04 07:00
    취재노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몽규 회장에겐 2개의 직함이 있다. HDC그룹 회장과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다. 한 곳에서 시끄러운 일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또 다른 한 곳에서 시끄러운 일이 생겼다. HDC와 KFA의 수장으로서 우연이라고 봐야할까?

      우선 그룹에선 HDC현대산업개발 사업장에서의 대형 참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외벽 붕괴로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방치된 광주 현대산업개발(HDC) 화정아이파크 철거 작업이 5월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사고 원인으로 부실 공사가 지목돼 HDC는 업계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당장이라도 면허 정지가 될 분위기였지만 행정처분은 거듭 지연 중이고, 처벌 수위도 현재는 영업정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자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사인 HDC, 그리고 오너인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 HDC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집했다.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강해졌다.

      아시아나항공 계약금 소송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룹이 모빌리티 기업 도약을 기치로 걸며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고, 우선협상 대상자가 되자 호기롭게 2500억원의 인수계약금을 질렀다. 

      이후 HDC현산은 인수과정에서 재무제표의 중대한 변동이 생겼다며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를 거부했다. 이렇게 인수가 무산됐는데 실상은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가 어려워지자 HDC현산이 발을 빼려 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금 2515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HDC현산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이 끝나봐야 알지만 M&A 수업료라 하기엔 2500억원이 현 상황에선 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그룹 경영자로서 여러모로 정몽규 회장의 판단과 조치에 물음표를 던져볼 만한 이유다. 특히나 오너 경영인의 실수에도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는 모습을 두고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재차 물음표를 던질 일이 발생했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 축구경기가 있었던 지난달 28일.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KFA가 "2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KFA 수장으로서 정몽규 회장의 결단이 없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프로 선수들 제명은 당시 프로축구연맹 회장이었던 정 회장이 직접 ‘강력한’ 징계를 내렸던 사안이다. 본인이 내린 징계를 본인이 셀프 사면하는 셈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예상보다 커지자 KFA는 급하게 31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고, 사흘만에 전면 철회하는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사면에 배경으로는 다양한 이유들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권력 개입설도 언급한다. 여러가지 해결 과제가 많은 HDC그룹과 연결짓기도 한다. 어찌됐든 KFA에서도 정 회장은 오너 일가처럼 사유화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KFA 자체가 한 사람의 목소리로 좌지우지 되는 재벌 그룹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게 정몽규의 경영 스타일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정 회장이 논란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그룹 경영자로서, 또 공적기관 수장으로서 처신과 능력을 자문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