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는 개편하는데...금감원장 선임 구조는 여전히 '구식'
입력 2023.04.07 07:00
    행정고시 출신 외부인사들이 금감원장 차지
    국장들 임원되기 꺼려하는 문화 팽배
    조직 역동성 떨어지고, 최근엔 이탈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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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회사 회장 연임 및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감독체제 개편은 요원하고, 금융감독원장은 출범 이후 외부출신들로 채워지면서 금감원의 지배구조 역시도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가장 관심이 큰 부분은 최고경영자(CEO) 관련 사안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CEO에게 책임을 묻는 것부터 3연임, 4연임 등 장기집권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EO의 전문성 등에 대한 검증 강화 필요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3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업계 의견 수렴에 시간이 걸리면서 시한이 다소 길어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 주도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금융감독 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은 전 정권 부터 논의가 되어 왔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대한 전문가로 불리우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선임되면서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논의는 여전히 수면아래서 진행중이다. 

      현재 체제는 2008년에 마련되었다. 2008년 이전까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3개 기구가 금융시장에 대한 정책과 감독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 정책 및 감독 총괄 기능을 금융위원회가 모두 맡아 통합 관리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민간 기구인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가 위임한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감독 업무만을 수행하는 체제가 되었다. 

      이 체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업무 중복 및 불협화음이 종종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정책과 감독을 모두 관할하다 보니 금융감독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이번 정부에서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선임되면서 이런 목소리는 다소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융위원회가 주요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그런데다 금감원 출범 25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까지 내부출신 금감원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역대 정부에서 행정고시 출신의 경제, 금융 관료가 금감원장을 차지했다. 때에 따라 교수 출신이 선임되기도 했지만, 금감원장 자리는 경제, 금융 관료의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와중에 검사출신 금감원장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내부에선 금감원의 독립성,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내부출신 금감원장이 나올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감원 업무가 단순히 금융회사 검사 업무에 그치지 않고,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 등 기획업무가 핵심이다 보니, 금감원 출신들이 해당 분야에는 전문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내부 출신과 외부출신이 번갈아 가면서 한국은행 총재를 맡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내부출신과 외부출신을 고르게 중용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도 한국은행처럼 내외부 출신을 번갈아 기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가지는 권한 때문에 어느 정부도 내부출신에게 쉽사리 자리를 주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보니 정권의 주요 인사가 해당 자리를 차지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금감원의 전문성 및 직원 이탈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금감원 국장급은 임원이 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일선 직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내부 승진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도 이런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내부 승진으로 부원장이 되더라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임원이 되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다"라며 "자연스레 직원들의 역동성도 떨어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