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앞세운 전주페이퍼 매각, 올해는 진성 옥션 진행…관건은 결국 몸값
입력 2023.04.12 07:00
    2008년 인수후 여러 차례 매각 나섰지만 잇단 고배
    올해 삼정 이어 삼일도 주관사단 추가해 매각 의지
    친환경발전 매력 부상…신문용지 사업 10% 아래로
    안정적인 발전 인프라, 가격상한제 등 변수도 있어
    과거 후보들 5천억~7천억 제시…몸값 참고점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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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주페이퍼는 지난 수년간 M&A 시장에 나와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매각 측은 신문용지 사업에서 친환경발전으로 인상을 완전히 탈바꿈한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기존에 관심을 보였던 원매자들이 제시한 몸값이 매각의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M&A 업계에 따르면 전주페이퍼 매각주관사 삼정KPMG와 삼일PwC는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해 인수전 참여 의향을 묻고 있다. 제지·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과 사모펀드(PEF), 인프라 자사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아직 초기 단계로 입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MS PE는 2008년 하반기 신한PE와 손잡고 한국노스케스코그(전주페이퍼의 전신) 지분 100%를 인수했다. 총 인수금액은 약 7700억원으로 5000억원대 인수금융을 활용했고 나머지 지분출자금(Equity)은 MS PE와 신한PE가 각각 58%, 42%씩 댔다.

      MS PE는 이후 여러 투자은행(IB)의 도움을 받아 전주페이퍼 매각을 검토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몇해 전부터는 삼정KPMG를 주관사로 삼아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시장에선 MS PE가 '결정을 못한다'거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신한 역시 매각을 주도할 권한이 없는 데다 해당 자산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 급한 상황은 아니다.

      올해는 매각 의지가 확고한 분위기다. 통상의 회수기간을 넘긴 터라 출자자(LP)들의 압박은 크지 않았지만,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빠른 회수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는 삼일PwC도 매각 주관사단에 포함시켰다. 매각 성공시 두 회계법인에 각각 30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페이퍼는 여러 해에 걸친 체질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2017년 연산 18만톤 규모의 청주공장을 경쟁사에 팔았고, 골판지에 쓰이는 골심지 제조 비중을 높였다. 신문용지 제조 비중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2010년 신재생에너지(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사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사양 산업인 신문용지 사업을 보완할 곳을 찾은 것인데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2019년 전주페이퍼(제지)와 전주원파워(발전) 인적분할 후 성과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 최근 들어선 발전사업의 매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 재작년만 해도 두 회사의 현금창출력은 비슷했지만 작년엔 전주원파워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 골판지 사업은 원가 상승에 팬데믹 특수가 꺾인 영향이 있었지만 발전 사업은 괄목할 성과를 냈다. 제지보다 발전 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M&A는 사실상 발전사업 매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각 측도 전주페이퍼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전주원파워는 발전 열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원(바이오매스우드칩)으로 전환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집중한다. ESG 트렌드에 부합하고, 다른 친환경 발전소들에 비해 효율성과 가동률도 앞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상 앞으로 바이오매스 발전소 면허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 희소가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얼마나 가격에 반영되느냐다. 매각 때마다 1조원의 몸값이 거론됐지만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시간이 오래 지난만큼 내부수익률(IRR)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원금 이상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우선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MS PE는 달러 자금을 활용해 전주페이퍼를 인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거래가 진행되며 인수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00원까지 올랐는데, 최근 환율은 1300원 이상이다. 지분투자금 달러 원금이라도 돌려주려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한 셈이다. 지분 매각 가격만 해도 3000억원 수준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말 신한 측이 전주페이퍼 관련 공정가치를 기존보다 높게 평가해놨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두 회사에 2000억원가량 남아있는 순차입금을 감안하면 기업가치(EV)는 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MS PE도 과거 매각 시도에서 EV 기준 가격을 써내달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우수하니 거래 과정 몇 개월간 차입금을 줄이면 그만큼 손에 쥘 것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과거 원매자들이 제시한 금액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검토 과정에서 5000억원대 몸값을 책정한 PEF도 일부 있었지만 6000억원, 나아가 70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는 곳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합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7000억원 이상을 쓴 곳은 가격 조정 등 조건을 빡빡하게 제시하거나 회사의 핵심 설비 실사에만 관심을 가져 ‘진성 후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의 미래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가 핵심이다. 발전 사업에선 핵심인 전기 외에 스팀, 재생에너지인증서(REC) 등 판매로 부수 이익을 내고 있다. 발전 사업 자체는 인프라 성격으로 안정적이지만 전력 매각 가격(SMP) 상한제에 따른 부담이 상존하고, 작년의 REC 판매 성과가 특히 두드러졌단 시선도 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확대 및 국내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 감소세를 감안하면 REC 값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발전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이다.

      MS PE는 두 회사를 따로 파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페이퍼는 필요한 스팀 대부분을 전주원파워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두 회사의 주인 달라지면 공급 조건이 달라지거나 수익성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 이에 발전과 제지 사업에 각각 관심있는 주체들이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매스발전 면허가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점, 가격상한제를 감안해도 기본적인 이익은 나온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작년 전주원파워의 실적 개선은 LNG 가격 및 SMP 상승의 영향이 컸다”며 “최초의 지분투자금(Equity)과 이후 차입금 감소분을 감안하면 전주페이퍼 투자 원금을 7000억원대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