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전단채 통해 리테일에 리스크 전가…연착륙 기대감 속 커지는 우려
입력 2023.04.20 07:00
    악재 가시지 않은 부동산PF 시장…증권사들은 연착륙에 안도
    PF 단기물 물량 증가세…ABCP 발행은 줄고 ABSTB는 늘었다?
    리테일 피해자 양산 우려에…증권사 "기관들 판매 위주"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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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시장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잠시 동안의 훈풍을 틈타 리스크를 개인투자자(리테일)에 전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시장 미분양이 적체되고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10% 육박하는 등 악재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전자단기사채(전단채ㆍ이하 ABSTB)의 발행량이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 신호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부동산PF 단기물 투자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커, 부동산 경착륙시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할거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부동산 PF 자금 조달 시장은 지난해 연말 전후의 고비를 넘기고 어느정도 한숨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증권사들의 자체 발행 및 PF 유동화 단기사채의 유통금리가 하향 안정화한 것이다.

      부동산PF 사업 비중이 높은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등급 A1 대형사가 발행하는 PF-ABSTB의 금리가 작년 12월에는 7% 정도였으나,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4.2%까지 떨어졌다”며 “우리 회사에서 판매하는 A1 등급 이상의 ABSTB들도 금리가 많이 떨어져서 차환 부담이 줄어드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유동화증권 발행량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증권사들은 부동산PF의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ㆍABSTB 등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들도 이를 통해 현금을 조달받는다. 

      PF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은 올해 3월 기준으로 17조6432억2378만원 가량 발행됐다. 이는 작년 12월 발행량(13조8515억9909만원)과 비교해 약 27% 증가한 수치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경색이 완화되고 있어 PF 유동화증권 발행량 자체는 늘어났다”면서도 “아직까지 금리 변동성이 높아 장기물(장기 유동화증권)보단 단기물(ABCPㆍABSTB)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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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PF-ABCP보다 PF-ABSTB 발행이 증가하는 점을 두고 '리테일로 리스크가 전이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PF-ABCP 발행액은 10조5000억원으로, 2월(11조원)과 1월(11조4000억원) 대비 감소하면서 순상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순상환이란 발행 규모 대비 현금상환이 많았다는 뜻이다. 3~6개월 단위로 차환되던 유동화증권 시장에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기업들이 당장 현금상환에 나섰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면 같은 기간 PF-ABSTB는 약 2000억원이 순발행됐다. 현금상환보다 발행물량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발행 물량도 지난 2월 1조4000억원에서 3월 1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유동화회사(SPC)에서 발행한 PF-ABCP를 총액 인수하고, ABSTB로 바꿔 리테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기업들의 PF 대출 현금 상환이 늘고 있는 가운데, 리테일향(向) 상품으로도 해석되는 ABSTB 발행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증권사를 중심으로 PF 상품의 리테일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실제로 PB채널이 강력한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올해 들어 리테일 대상 ABSTB 판매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최소 판매 단위가 1억원이지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1월 한 달 동안에만 1조원 이상의 리테일 대상 판매고를 올렸다는 후문이다. 보통 만기가 3개월로 짧게 돌아가는데다, 현재 A1등급 기준 연환산 4%안팎의 금리를 주니 은행 예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개인 자금이 움직였다는 평가다.

      PF 자금 조달 시장에 훈풍이 돌면서 일부 증권사는 비교적 신용도가 떨어지는 A2등급 이하 ABSTB 판매도 시작했다. 시공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건설사가 책임시공을 맡았거나, 미분양 리스크가 있는 지방 PF 사업장이 대상이다 A1등급 대비 2~3%포인트 안팎의 수익률을 더 주지만 판매 증권사의 신용보강에도 불구, 부동산 위험 확산시 가장 먼저 부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정부 차원의 유동성 지원으로 한숨 돌린 부동산 PF 시장의 위험성이 재차 불거질 경우, 개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최근 전반적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고위험 고수익' 상품의 리테일 수요도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부실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불완전 판매해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양산했던 ‘동양증권 사태’도 언급된다.

      한 증권사의 크레딧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절대금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용등급이 낮고 금리가 높은 상품(ABSTB)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실제로도 최근 지점 쪽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A, BBB급의 회사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판매당사자인 증권사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고 위험성이 높은 상품들은 애초에 PB들의 진열대에 오를 수 없다"며 "아직도 ABSTB나 PF관련 채권은 개인 고객보단 법인 대상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ABSTB 판매량이 늘었다면 이는 부동산 시장의 주름이 펴지면서 법인(기관) 고객들이 관심을 가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