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공백 위기 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은 2500억 주식담보대출 압박
입력 2023.04.26 07:00
    조현범 회장,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경제범죄 연루돼
    조 회장은 부인하지만…혐의 입증되면 실형 가능성도
    조 회장, 아버지의 지주사 및 한국타이어 지분 받아와
    금융사에서 2500억 담보대출…연환산 이자 100억대
    실형시 취업제한 가능성…"이자 상환 부담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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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은 조현범 회장이 경제범죄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집행유예 기간 중 문제가 불거진 터라 혐의가 입증될 경우 실형에 따른 경영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지분 상당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는데 이에 따른 이자만 연 환산 1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조 회장이 실형을 받고 취업제한에 걸리게 되면 이자 비용을 마련하는 데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회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2014년~2017년 계열사 MKT(현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제품을 비싸게 사도록 하는 방식으로 MKT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MKT는 한국타이어, 조 회장, 조 회장의 형 조현식 고문이 각각 50.1%, 29.9%,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이 외에도 회삿돈 무단 대여, 법인차량 및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이사비 및 가구비 대납 등 혐의를 받는다.

      조현범 회장이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가 2009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조 회장은 2019년에도 배임수재·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1심과 2심에서 같은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형이 확정됐다.

      조현범 회장은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혐의가 다시 입증되기라도 하면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형사 문제는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하는 면도 있었지만, 조 회장에 제기된 혐의는 ‘개인의 일탈’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20년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사왔다. 거래 규모는 주당 1만1150원씩 총 2446억여원으로, 조 회장은 인수자금 일부를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이후 주식담보대출을 연장하거나 새로 계약해오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담보대출 규모는 1900억원이다. 조 회장은 작년 4월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자회사 한국타이어 지분 5.67%를 증여받았는데, 한국타이어 지분을 담보로도 600억원을 빌렸다. 대출 이율은 4.62~5.9%로 연으로 환산하면 약 136억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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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회장이 대기업 수장이라지만 보유 자산의 대부분은 주식이다. 이자 등 각종 비용을 부담하려면 회사 내 직책에서 발생하는 보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작년 한국앤컴퍼니에서 35억원, 한국타이어에서 23억원을 받았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올렸고,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다시 상향한 바 있다.

      조현범 회장의 ‘직’이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회장은 지난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0년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집행 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경영에 다시 복귀했다. 형법상의 배임수재·업무상 횡령죄에 대해선 취업제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실형을 받는다면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에 걸릴 수도 있다. 이 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사기, 횡령·배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해당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조현범 회장이 실형을 받는다면 형집행 종료 후 5년까지는 직을 내려 놓아야 할 수도 있다. 집행유예 판결을 다시 얻어내더라도 기간 종료 후 2년까지는 취업이 제한된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서 수백억원의 배당이 나오지만 50%에 가까울 종합소득세율을 감안하면 대출 이자를 충당하는 것이 아주 여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 회장으로선 무죄 판결을 얻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의 주가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대출금에 대한 담보유지비율은 110~150%다. 150%에 100억원을 빌렸다면 주식 가치가 150억원 이상은 돼야 하는 셈이다. 지난달 주가 부진으로 일부 대출은 이 비율을 맞추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대출 금융사가 압박하기라도 하면 조 회장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조현범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형사 사건에 연루된 터라 실형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회사에서 직을 내려놓게 된다면 대규모 주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