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선광·삼천리까지…대폭락 전조 증상은 한국증권금융 대주주 지분 공시
입력 2023.04.28 13:27|수정 2023.04.28 13:29
    대폭락 종목 모두 지난 1년 내 한국증권금융 '지분공시'
    신용거래 몰리며 '유통융자' 물량이 전체 5% 넘어선 것
    신용잔고 정상수준 벗어나 사고 터지기 전 '전조증상' 격
    공매도 불가도 공통점…CFD·신용융자 수단 불과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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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세방, 선광, 삼천리 등 주식이 대폭락하기 이전에는 어김없이 한국증권금융의 대주주 지분 공시가 있었다. 차액결제거래(CFD)로 인한 반대매매가 주범으로 조명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한국증권금융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공매도가 불가능하고 유통주식 수가 적은 종목에 한국증권금융의 유통융자를 동원하면 얼마든지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FD는 투자금을 2.5배로 늘릴 수 있는 레버리지 도구로 쓰인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10일 한국증권금융은 3월 31일부로 세방에 대한 보유 지분이 6.04%에서 7.26%로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한국증권금융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라 자본시장법에 따라 변동 내역을 공시한 것이다. 해당 공시로부터 10거래일이 지난 24일 세방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한국증권금융이 세방의 공시 내역에 처음 이름을 올린 건 1월 10일인데, 이날 다우데이타와 삼천리에 대해서도 첫 지분 공시가 이뤄졌다. 모두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종목들이다. 작년 4월 대성홀딩스를 시작으로 지난 10일 다올투자증권까지 폭락 중인 주식 대부분이 한국증권금융의 지분 공시를 거쳐간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신용거래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 수의 5%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즉, 보유자명이 한국증권금융으로 찍혔을 뿐 주식을 산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신용거래 업무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증권회사 자금으로 직접 고객에게 융자하는 '자기융자'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돈을 빌려 고객에게 융자하는 '유통융자'다. 유통융자의 경우 차익이나 배당 등 수익과 관련된 권리는 신용거래를 일으킨 투자자에 귀속되지만 그 밖의 권리는 일차적으로 돈을 빌려준 한국증권금융에 돌아간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유통융자를 활용한 신용거래 물량 전부 한국증권금융의 자기계정에 담기기 때문에, 이 물량이 특정 기업 발행주식의 5%를 넘어서면 한국증권금융에 지분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각사 창구에서 제공할 수 있는 신용융자 한도를 넘긴 종목들이 한국증권금융의 지분 공시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에 유통융자 서비스를 제공할 뿐인 제3의 주체가 5% 이상 주주 명단에 오를 정도면 해당 종목에 대한 신용거래 비중이 이미 정상 수준을 벗어난 것 아니겠냐는 얘기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시하기 훨씬 전부터 신용융자는 쌓이고 있었던 셈이고 결국에는 한국증권금융이 5% 이상 주주명단에 오르게 되는 구조로 보인다"라며 "현재 폭락 중인 주식들 모두 작년부터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올 들어 한국증권금융이 순차적으로 지분 공시에 나선 걸 보면 물이 넘치기 직전 일종의 전조증상이었던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들 종목의 또 다른 공통점은 공매도가 불가능한 데다, 발행주식 중 유통 가능한 수량이 제한적이란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5월 코스피200 지수와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 중 대형주 350개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재개했다. 한국증권금융이 지분을 공시한 뒤 폭락한 종목 중에선 다우데이타 만이 해당 지수에 편입된 상태다. 그러나 유통주식 수 자체가 적으면 지수에 편입되더라도 공매도가 어렵다.

      폭락하기 직전까지 주가 그래프가 비정상적으로 매끄러운 우상향 곡선을 그린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질가치를 벗어나도 아무런 견제가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CFD나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수단이 주어진 셈이다. 금융당국도 폭락 사태로 시장이 어수선해지자 조사에 나섰지만 공매도 금지로 인한 풍선효과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CFD나 신용거래는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위한 도구이며, 시장 내에서 공매도 등 방식으로 알아서 조정이 일어나지 않게 놔둔 상황이 핵심일 수 있다"라며 "작전세력 중 일부가 배신에 나서며 이런 일이 벌어진 거란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 시스템 내에서는 종목만 골라내면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