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그룹, 티맥스소프트 매각 1년만에 콜옵션 고민…'우군' 캑터스PE 조달 추진
입력 2023.05.08 07:00
    티맥스소프트 매각 2년 뒤부터 콜옵션 행사 가능
    신사업 자금 급한데, 자금 상환 일정도 눈앞으로
    캑터스PE 우군 나서 수천억 대출금 조달 움직임
    우선 급한 불 끄고 콜옵션 행사까지 지원 가능성
    보장수익률 등 감안시 1조 가까이 필요하다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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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티맥스그룹이 국내 미들웨어 1위 티맥스소프트를 사모펀드(PEF)에 매각한 지 1년 만에 되사오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매수청구권(Call option) 행사 시점까지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아 있지만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거론되는 거래 규모를 감안해 일찌감치 시장 상황을 살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티맥스그룹은 티맥스소프트, 티맥스티베로에 이어 티맥스에이앤씨와 자회사들을 키우는 것이 당면 과제다. 사업 수익화까지 상당한 인건비와 개발비가 필요한데 자금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티맥스소프트를 다시 사오려면 진행 중인 사업의 자금 스케줄이 꼬이면 안된다. PEF 운용사 캑터스PE가 우군으로 나서 티맥스그룹에 지원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티맥스그룹은 2020년 티맥스소프트 상장(IPO)을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과거에 받은 상장전투자(프리 IPO)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2021년 초 메리츠증권으로부터 2000억원을 조달해 급한 불을 껐지만, 고금리 부담에 다시 M&A를 추진했다. 작년 3월 박대연 티맥스 회장과 티맥스테이터, 티맥스에이앤씨 등은 티맥스소프트 지분 60.9%를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5600억원을 받고 팔았다. 티맥스소프트는 스카이레이크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도 발행했다.

      티맥스소프트 매각자 측은 M&A 2년 후부터 2년간 매각 주식을 되사올 수 있는 권리(Call option)를 행사할 수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매각자에 되사가라 요청할 수 있는 권리(Put option)를 확보했다. 콜옵션과 풋옵션 모두 보장 내부수익률(IRR)은 16%다. 스카이레이크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기업 티맥스티베로 지분 67%에 담보권도 설정해 뒀다. IRR을 충족하기 어렵다면 이 지분까지 묶어 팔겠다(Drag along)는 것이다. IPO 실행 약정은 맺지 않았다.

    • 티맥스소프트 콜옵션은 내년 3월 이후에야 행사할 수 있지만 일찌감치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년간 IRR 16%를 보장하고, 티맥스티베로 지분에 설정된 질권을 해제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카이레이크는 당장 달리 대응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티맥스그룹으로선 '슈퍼앱(SuperApp)’ 등 추가 성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콜옵션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티베로는 안정적인 사업 기반이 만들어졌고, 다음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티맥스는 작년 9월 클라우드, AI, 메타버스 등 요소를 통합한 플랫폼 슈퍼앱을 발표했다. 10여년간 슈퍼앱 개발에 약 5000억원을 투입했다. 티맥스에이앤씨 자회사가 주축이 돼 슈퍼앱을 개발했는데, 여전히 인건비와 연구개발비가 적잖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티맥스에이앤씨는 박대연 회장으로부터 티맥스소프트 지분을 증여받아 팔았지만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티맥스데이터 등 관계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 외부 자금도 일부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개월 내 상환 일정이 도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티맥스그룹이 이에 대응할 자금과 향후 성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도 콜옵션 행사를 도와줄 우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티맥스그룹은 신사업에 많은 돈이 필요한 데 작년에 티맥스소프트를 판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티맥스에이앤씨의 자금 상환 부담도 커졌다”며 “스카이레이크에 보장한 수익률에 티맥스티베로 질권 해지까지 감안하면 1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PEF 운용사를 접촉해 자금 조달 가능성을 살펴 왔다”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 콜옵션 행사에 앞서 급한 것은 티맥스에이앤씨 쪽 자금 조달이다. 티맥스에이앤씨는 박대연 회장이 지분 79%를 가진 핵심 회사로 10여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회사의 자금 스케줄이 꼬여 지배력을 상실하기라도 하면 콜옵션을 행사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캑터스PE가 티맥스그룹의 우군으로 나선 모양새다. 주요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티맥스에이앤씨에 대출할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회사 상황에 따라 수개월 사이에 필요한 자금은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데, 두 자릿수 대출 금리를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초기 단계로 일부 금융사가 검토에 나섰다. 상환 구조만 만들어지면 투자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는 분위기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티베로는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됐고 이제는 슈퍼앱을 하는 티맥스에이앤씨 쪽 성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티맥스그룹에서 대출을 지원해줄 수 있느냐 요청을 받은 캑터스PE가 시장에서 자금 조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캑터스PE가 대출금 조달에 성공하면 향후 티맥스소프트 콜옵션 행사 때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대출금 조달을 콜옵션 행사의 전초전 성격으로 연계하는 시선이 많다. 다만 아직 대출금 조달 작업 자체도 초기인 만큼 앞으로 투자 유치 구조는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캑터스PE가 궁극적으로 티맥스소프트 콜옵션 행사까지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래의 일이고 아직 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 스터디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