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번 삼성전자 때문에…연봉 상승에 제동 걸린 계열사들
입력 2023.05.09 07:00
    취재노트
    호황의 잔치는 삼성전자만…
    불황의 고통은 모든 계열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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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사측과 합의한 올해 연봉 인상률은 평균 4.1%(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삼성전자의 연봉 인상률은 역대 최대 수준인 9%(기본 인상률 5%, 성과 인상률 4%)였는데 반도체 불황에 실적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자 연봉 인상률을 대폭 조정했다. 현재 6%의 인상률을 요구한 삼성전자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는데 삼성전자는 창사 54년만에 파업 위기를 맞은 상태다.

      업황의 파고를 넘지 못한 삼성전자와는 별개로 반도체 불황의 역풍을 맞은 곳들은 따로 있다. 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의 연봉 상승폭이 대폭 줄어들자 그룹 계열사들 또한 연봉 인상폭에 상한선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든 계열사들의 임금 협상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4% 이상의 연봉 인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의 연봉 인상폭을 넘어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연봉 인상률은 그룹 계열사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처럼 받아들여져 왔고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전자 관련 계열사들의 인상율의 증감도 삼성전자와 비례해왔다.

      물론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삼성전자와 같이 저조한 실적 성적표 받아든 것은 아니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지난해에 이어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3년 연속 분기 매출 5조원을 넘겼다. 오는 2분기의 전망도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는 10년 기준 최고가에 도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실적 경신을 거듭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5910억원,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2344억원을 기록했다.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기록하면서 연 1회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의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실질적인 연봉 인상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 업황은 불안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 주가 역시 3년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실적이 호전되며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는 시점이었지만 올해엔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며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2017년 3분기 이후 22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처우를 인정받는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연봉에 대한 불만에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난해 물가상승률(5.1%)를 밑도는 연봉 상승률로 인해 사실상의 연봉 삭감으로 받아들이는 임직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역대급 연봉 인상을 단행하고, 연봉의 5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할 당시 계열사들이 후광효과를 누린 것은 아니었다. 계열사 임직원들이 삼성전자의 호황기에 누린 낙수효과는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결국 호황기의 잔치는 삼성전자만, 불황의 고통은 모든 계열사가 함께하는 구조가 고착화 할 것이란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