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돌아가겠나"…SK하이닉스에 빌려준 돈 못받을까 걱정하는 은행들
입력 2023.05.17 07:00
    인수금융협의체, 솔리다임 인수자금 일부 대출
    2년만에 상황 급변…대출금 회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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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現 솔리다임) 인수 자금 일부를 대출해준 '소부장 인수금융협의체'(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NH농협은행)가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놓고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대(對)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가 장기 리스크로 꼽히고 있는 만큼 차입 상환이 녹록지 않을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측은 해당 금지 조치의 유예 기간이 지속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에게 설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플래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기로 결정한다. 거래 규모는 10조원(90억달러)으로, 2021년 말 70억달러, 2025년 20억달러를 나누어 지불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소부장 인수금융협의체로부터 2025년까지 받기로 한 30억달러 규모의 대출 건을 이에 활용했다.

      2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지원 및 과학법,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의 보조금 지급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의 유예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그간 중국 캐파(생산능력)를 늘려온 SK하이닉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칩스법으로 인해 생산기반 조절을 위한 투자부담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수요 회복에 따른 현금창출력 회복에도 28% 내외의 차입금 수준이 유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가 유예되더라도 해소된 문제는 아니다. 계속 갈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소부장 인수금융협의체 기관들도 SK하이닉스의 재무현황 파악에 분주해졌다. 이들은 협약을 맺은 금액의 일부에 대해서 대출을 실행한 상태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첫 대출건의 만기를 2025년 12월로 정했다. 2019년 SK하이닉스의 현금흐름을 고려한 결과 상환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해서다. 은행들은 반도체 수요 부진 상황이 하반기 이후 해소돼 상환 여력이 확보되길 바라고 있지만 회수 불안감이 없진 않은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유례없는 반도체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조 단위의 자금을 조달, 재무여력을 소진하며 차입 부담을 겪어내고 있다. 2025년 2차로 인텔 측에 지급할 인수 대금도 차입해서 납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이다. 이에 더해 미중 무역갈등 여파는 향후 재무건전성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에선 SK하이닉스의 재무 관련 리스크를 놓고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열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대중 수출 규제로 중국 다롄 공장의 생산설비 전환이 제한될 경우 수율 개선이 어려워지며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로 중국 공장 매각도 검토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헐값 매각 위험성도 생긴다"라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 매각 가능성에 대해 "매각 계획도 전혀 없고, 현실화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측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기간이 지속 유예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채권단의 우려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외신들이 1년 정도 규제 기간이 유예될 가능성을 언급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별도 기준'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칩스법 내 가드레일 조항도 세부 규정이 마련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내 생산설비의 생산 능력을 10년간 5% 이내로 확장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초안이 공개된 데 '장비 반입에 여전히 한계는 뒀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SK하이닉스 측은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좋아져 당사 재무 상황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차입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