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엔 살아남은 대형건설사, 하반기에도 이상無?
입력 2023.05.18 07:00
    10대 건설사 올해 만기 회사채 1조5710억원
    불확실한 하반기 전망…꾸준히 자금 조달 시도
    "재무부담 악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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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소형 건설사가 무너질 때도 상반기에 대형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한동안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높은 개발원가와 미분양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하반기 부동산 전망을 쉽사리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는 자금 확보가 가장 큰 고민으로 자리잡았다.

      인베스트조선의 집계 결과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0대 건설사의 회사채는 2조6840억원이다. 올해 만기도래 금액은 1조5710억원이다. SK에코플랜트(7980억원; 2022년 시공능력평가 9위), 롯데건설(5460억원; 8위), 현대건설(3900억원; 2위) 등 순이다.

      부동산에 시장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시점 기준에선 상환에 문제가 없을 거란 분석이다. 대형건설사는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우려보다는 선방했으며 기초체력(펀더멘털)도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직후처럼 유동성 문제가 당장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개 대형 건설사의 전체 PF 우발채무는 95조원이다. 이중 현실화 가능한 위험 우발채무는 5조원가량으로 11개사가 보유한 현금 유동성 12조보다 적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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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하반기 전망을 섣불리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건설사는 꾸준히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여전히 보수적이다. 건설업 전반에 깔린 부정적 인식 때문에 타 업종과 달리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도 활발하지 않다.

      최근 DL은 최근 공모채 700억원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5월 18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사전에 발행 주관사의 수요조사(태핑) 결과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DL이앤씨(3위)와 DL건설(12위)은 충분히 현금을 보유한 건설사라 평가된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선 이번 공모채 발행을 두고 하반기 부동산 전망이 심상찮으니 재무상태가 양호한 건설사도 미리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운용사 채권 담당자는 "단기 기준으로 특별히 문제가 되는 대형건설사 회사채는 없고, 롯데건설 회사채도 원활하지는 않지만 팔리고는 있다"며 "다만 우리에게 자금을 대주는 공공기관·보험사 등 수익자는 여전히 건설종목 편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건설사는 연초부터 다방면으로 자금 조달 방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자금난이 장기화 하더라도 문제가 닥치기 전 미리 자금을 조달해 놓으면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증권사와 협약을 맺어 자금을 지원받기도 한다. 롯데건설은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로, 태영건설(17위)과 코오롱글로벌(16위)은 한국투자증권과 각각 2800억원, 2680억원의 투자 협약을 맺었다.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 등 1군 건설사도 KB금융그룹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을 통해 50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대출 지원을 받았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추가로 지원할 건설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건설사는 기업어음(CP)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은행 대출이 어렵고 공모채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에게 외면받으니 사실상 우회적으로 조달하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지난 2월 신세계건설(34위)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300억원 발행했다. 

      여전히 높은 개발원가(금리·토지비·공사비 등)와 미분양은 건설사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지 않는 이상 건설사가 하반기에 어떻게 자금을 확보할지가 숙제가 될 전망이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현재(3월) 건설회사의 차환 위험은 다소 완화된 상태지만, 투자심리 악화 시 차환 위험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 건설사의 총차입금이 17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 상황 악화 시 현금유동성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사의) 재무부담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다수의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는 현 상황에서는, 현금유동성 및 재무여력 확보 수준이 건설회사의 대응력의 핵심 요소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계순위 6위인 롯데그룹의 건설사마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고 전 계열사가 나서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올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중소형 건설사에 이어 대형 건설사도 점차 리스크 영향권에 들어오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마냥 안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