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 빼고 다 투자하는 스타벅스코리아
입력 2023.05.19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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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존재감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하지만 성장세는 예전만 못하다. 특히나 지난해엔 '서머캐리백 사태'로 홍역을 치르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매출 신장률도 꺾인 모습이다.

      이마트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682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85억원 줄면서 205억원에 그쳤다. 회사는 점포 순증이 지속하고 있고 기존점 역시 플러스 신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으로 GPM(매출총이익률)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회사는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3월 말 이사회를 열고 신규 목적사업 65개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차장운영업에 전기차충전사업을 포함한 전기 신사업, 건설업,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부동산 임대 및 관리업, 골프장 및 스키장 운영업 등등. 회사명만 가리면 커피 회사가 아닌거 같다. 이미 변경된 사명인 SCK컴퍼니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컴퍼니'라고 풀네임을 적지 않으면 이 회사가 스타벅스인지 모를 수도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점점 커피와 멀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경쟁강도가 치열해질수록 고객 '록인'을 위한 서비스를 늘리고는 있는데, 정작 본질인 '커피'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커피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커피를 볶는 '로스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로스팅 이후 커피의 유통 기간이 커피 맛을 얼마나 좌우하는지를 안다. 그렇다보니 로스팅 공장 자체를 현지에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일례로 몇 년전 한국에 진출한 블루보틀은 로스팅한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국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한국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쓰는 원두는 미국에서 로스팅한 뒤 선박편으로 국내로 운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주, 통관 절차까지 감안하면 한 달이 넘은 것들이다보니 신선도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고급형 특수매장이라고 하는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쓰는 원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미국에서 로스팅한 원두만 수입해서 쓰는 게 아니다. 일본과 중국엔 사이즈가 크진 않지만 이미 로스팅 공장이 있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전 세계 국가들 중에 연간 매출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한국 정도라고 하는데 캐나다는 미국과 근접해있다고 치더라도 한국에만 로스팅 공장이 없다.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겪으며 하워드 슐츠가 재등판 해야만 했던 미국 스타벅스는 지난해 9월 영국 생활용품 기업 레킷벤키저 CEO인 인도 출신의 랙스먼 내러시먼을 차기 CEO로 내정했다. 차기 CEO에 지명된 후 내러시먼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스타벅스와 커피산업에 대한 공부였다. 특히 "매달 한 번 정도 매장에서 근무하겠다"며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말 그대로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간다)'이다. 지난해말 취임한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도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소통과 품질안전'을 강조하며 비슷한 행보를 보이긴 했다.

      다만 SCK컴퍼니가 커피에 진심이라면 미국 스타벅스와 협상을 해 로스팅 공장을 한국에 짓는 것이 우선적 투자 아니겠냐고 사람들은 얘기한다. 이것저것 일을 벌일 준비를 하면서도 '커피'는 안보이는 SCK컴퍼니 행보는 신세계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데만 집중돼 있는 듯 하다. 정용진 부회장이 '커피'에 진심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