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간…'터널 끝' 보이는 메모리 재고
입력 2023.05.19 15:35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틀 내리 '연중 최고가' 경신
    바닥인 줄 알아도 '언제' 살까 했는데…"때가 됐다"
    적자 내몰던 메모리 재고…최소한 방향성은 변화 평
    메모리 어차피 '선반영'株…外人 SK하이닉스 속속 복귀
    1년내 업황 회복 가리키는 지표들…공급과잉 끝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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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마저 적자로 몰아낸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최악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가 명확해지면서다. 주가가 바닥인 줄은 알았지만, 언제 반등할 진 모르겠다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3.32% 오른 6만84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올 들어 최고점을 경신했다. 지난 4월 이후 한 달 넘게 6만5000원 안팎을 오르내리다가 전일 1.8% 오른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올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금보다 주가가 1~2% 포인트만 더 오르면 1년 만에 7만원대로 복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장중 전일 대비 4%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종가는 3.95% 오른 9만7300원이었다. 삼성전자처럼 연초 바닥을 찍고 일부 회복한 주가가 4월 이후 지지부진하다가 연이틀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1년여 만에 10만원대 복귀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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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올라탈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기관들 사이에서 양사 주가가 바닥을 짚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두고 지난해 한 해 내내 회사와 투자자들이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은 정상 수준을 넘긴 재고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와 이후 사실상의 감산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은 매수 시점을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적자를 낼 정도니 사면 무조건 수익을 남긴다는 데엔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는데 '언제냐'가 문제였다. 연초 챗 GPT 붐이 일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매수세와 매도세가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했다"라며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얼마나 적극 동참할지, 언제쯤 재고가 피크아웃(peak out)에 도달할지가 관건이었던 셈인데, 이제 두 조건이 맞아들어가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감산 행렬에 동참했다. 시장에선 재고가 지금보다 더 높게 쌓이진 않을 거라는 조짐이 속속 전해진다. 남은 두 조건이 맞아들어가며 기관부터 바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설거라 낙관하는 목소리가 아직 많지는 않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와 고객사 재고는 현재 30주를 넘긴 상황이다. 정상 재고 수준인 16주 안팎까지 소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는 쌓이기만 하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의 방향성이 감소로 바뀌기 시작한 국면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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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반도체 기업 주가는 업황을 선반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통상 업황 변화보다 6개월에서 1년가량 앞서 오르내리는 편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 경기를 선행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가장 늦게 감산 결정을 내린 삼성전자도 수요에 맞춰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2분기 중 감산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하반기 추가적인 조정이 가능하단 얘기다.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내려올 때까지 생산을 조절하겠다는 건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업황 회복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관련 업계에선 슬슬 존재감을 내비치는 DDR5 D램 수요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생산 계획을 유연하게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으로 파악한다. 지난해 D램 시장에서 DDR5 제품 비중은 3%에 그쳤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두 자릿수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그간 설비투자 시점을 재고 있었지만 어차피 전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업황 회복 가능성을 가리키는 지표가 늘어날수록 양사 주가는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6일 이후 4거래일 연속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16일 240만주를 사들인 데 이어 17일과 18일 양일간 연거푸 100만주 이상을 담았다. 외인이 수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 주식을 100만주 이상 매수한 건 지난 1년여 동안 없었던 일이다. 현재 외인들은 삼성전자 주식도 이틀 연속 500만주 이상 사들이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아직까진 기업 사이에서 설비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지만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서버 투자 등에 힘이 실리면 메모리 업황은 금방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등 변수로 시점의 차이가 있었을 뿐 지난해 삼성전자가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대로 메모리 공급과잉이 수년 내 갑자기 부족 상태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