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해운업 진출 공식화…수소경제 밸류체인 완성 포석
입력 2023.05.24 07:00
    23일 임시 주총서 정관에 '해운업' 추가
    수소경제 수직계열화 구축 기회란 평가
    생산·소비 강점에 해상 운송 추가로 방점
    현재도 LNG 선박 건조·운송 등 기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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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조선업에 발을 디딘 한화그룹은 해운업 진출도 공식화했다. 조선업 경기가 부진할 때 자체 해운사의 발주 물량을 받아와 완충할 수 있고, 그룹의 수소경제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데도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수소 생산 및 활용 체계를 구축해가는 중인데 해운사를 거느리면 운송까지 아우르는 수소경제 수직계열화를 공고히  수 있다는 평가다.

      23일 대우조선해양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꾸고,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부회장 승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아울러 해운업·해상화물운송사업·선박대여업 등을 정관의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해운업 진출 의지와 근거를 명확히 했다.

      별도의 해운사 설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와 한화오션이 주축이 돼 해운사 설립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은 해외에서 무기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데, 일부는 배로 날라야 한다. 그룹 안에 해운사를 두면 조선 업황이 침체할 때 내부(캡티브) 발주 물량을 받아올 수 있다. 해운 업황이나 유망 선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계열사와 한화오션이 공통 투자해 해운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운사를 설립하면 한화오션에 선박 건조를 맡길 수 있고, 미리 발주해 둔 선박을 임대하거나 파는 등 선박 투자업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가 해운사를 설립하면 조선 경기 부침을 완충할 장치가 생긴다. 그보다 더 큰 것은 그룹의 에너지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라는 평가다. 특히 수소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에 이어 수소경제로의 전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고효율의 수소생산 전해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저장장치 기술도 맡는다. 한화임팩트는 2021년 PSM과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해 수소혼소발전 원천 기술을 확보했고, 올해는 수소사업을 한화파워시스템으로 이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선박과 항공원의 에너지원이 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화에너지 자회사 대산그린에너지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는 등 협력 방안도 일찌감치 추진돼 왔다.

      수소 생산(업스트림)에서 운송(미드스트림), 소비(다운스트림) 등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갖춰가는 모습인데 아직은 미드스트림 쪽이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다. 앞으로 대규모로 생산한 수소를 해상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되면 수소경제 수직계열화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한화그룹은 일찍부 암모니아(NH₃) 형태로 수소를 운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순수 수소보다 부피 대비 저장 용량이 많고, 질소만 떼내면 수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송 수단으로 거론돼 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생산에서 운반, 소비까지의 큰 수소경제 밸류체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역량이 충분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대비 미드스트림은 '남의 사업'이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전체 밸류체인을 아우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거의 대부분 ‘그레이 수소’다.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얻는 방식으로, 완벽한 청정수소 기술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이 방법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한화오션이 강점을 가진 LNG운반선 건조 기술에 해운사의 운송 역량까지 갖춰지면 현 시점에서도 글로벌 수소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

      한화그룹이 해운사를 설립하게 된다면 되도록 큰 시장 가까이 거점을 두게 될 전망이다. 이왕 해운업을 하려면 들어오거나 나가는 물량이 많은 곳에 있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해운은 금융 의존도가 높은 사업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룹 안에 국내 조선소가 있기 때문에 금융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평가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머스크, CMA CGM 등 대형 선사들이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모두 선박 금융을 지원해준다”며 “한화의 해운사도 한화오션에 배를 맡길 테니 설립 위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