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료도 그대로인데"…K팝 인플레이션 앞장서는 하이브
입력 2023.06.08 07:00
    취재노트
    하이브發 콘서트 '20만원' 시대 본격화
    팬데믹 기간 비용 상승 원인도 있지만
    '비용 상승'보다 더 가파른 티켓값 인상
    "지나친 수익화에 '충성고객' 떠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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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19만8000원. 최근 아이돌 세븐틴의 '팔로우 투 서울(FOLLOW TO SEOUL)' 콘서트 가격이 공개되자 팬들은 난색을 표했다. K팝 팬들 사이에선 아이돌 콘서트 티켓 가격 ‘20만원’ 시대가 왔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전세계 흐름이지만 최근 K팝 영역이 특히 일반 물가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는 지적이 시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K팝 인플레이션’을 이끄는 일등공신(?)은 시가총액 기준 1위 엔터사 하이브다. 올해 3월 하이브 소속 아이돌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월드투어 '액트:스위트 미라지'의 VIP 티켓 가격을 19만8000원으로 책정하면서 화제된 바 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콘서트 티켓 가격을 빠르게 올렸다. 지난해 3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된 '방탄소년단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티켓은 일반석 16만 5000원, VIP석 22만원에 판매됐다. 불과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스피크 유얼셀프’ 공연은 전석 11만원이었다. 2016~2018년만 해도 방탄소년단의 고척 스카이돔 팬미팅 선예매 티켓 가격은 3만원대에 불과했다. 지금은 콘서트 ‘온라인 생중계’도 하루에 약 6만원을 지불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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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고려한 가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타 아티스트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가격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올해 같은 장소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유의 14주년 기념 콘서트 티켓 가격은 8만5000원~16만5000원에 책정됐다. 

      하이브의 선두로 타 엔터사들도 앞다투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SM엔터 걸그룹 에스파가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 콘서트는 전석 15만4000원이었다.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평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본 핑크’ 서울 공연은 좌석에 따라 15만4000원에서 26만4000원까지 책정됐다.

      업계에선 티켓 가격 상승의 장 큰 요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는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연장 대관료, 음향 장비 등 전반적인 비용 상승으로 티켓값 인상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콘서트에는 공연장 대관, 각종 외주 비용, 마케팅, 무대 설치 등 다양한 비용이 들어간다. 또 높아진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연 퀄리티를 높여 왔고, 이에 따른 비용 상승이 응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급격히 뛴 콘서트 가격의 배경엔 엔터사들의 지나친 수익화 전략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팬심’을 이용하는 K팝 비즈니스의 특성상 ‘가격을 올려도’ 계속해서 팬들의 소비가 이어질 것이란 점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티켓값 상승 배경엔 코로나 당시 공연이 중단되면서 3년치 인건비가 훌쩍 뛴 면이 있다”며 “다만 인건비 등 비용 상승분 반영보다 콘서트 표 가격이 더 가파르게 뛴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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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 BTS, EXO, 세븐틴, 아이유 등 대표 국내 아티스트들과 내한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공연 때 단골로 찾는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의 대관료는 지난 몇 년간 가격 변동 없이 정찰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예술행사의 경우 대관료는 평일 109만7000원~193만7000원, 주말 및 공휴일의 경우 142만5000원~251만8000원 수준이다. 올림픽경기장 등 대부분의 국내 대형 콘서트장은 공공기관이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체조경기장을 포함해 핸드볼경기장, 올림픽홀 등 주요 공연장 대관을 담당하는 KSPO&CO(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공연장 대관료는 오른 것이 없다”며 “코로나19 시기를 거쳤지만 공연계가 힘든 점을 고려해 대관료 인상은 하지 않았다. 대관료는 주관 회사에 따라, 혹은 해외에서 유명 아티스트가 온다고 차이 없이 모두 정가제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부담이 점점 커진 덕(?)에 지난 몇 년간 하이브 공연 매출은 고공행진했다. 하이브의 공연매출 규모는 2018년 877억원에서 2019년 1910억원으로 뛰었고, 코로나 기간으로 오프라인 콘서트가 중지됐던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46억원과 452억원을 기록했다. 공연이 재개되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공연 매출로만 무려 2581억원을 올렸다.  

      최근 하이브는 영미권에서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북미에서 확대하겠다고 공식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실시간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으로 하이브는 미국에서 4~5월에 진행한 방탄소년단의 슈가 공연에 해당 제도를 적용했고 5월부터 열린 TXT의 공연에도 이를 적용했다. 지난해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때 가격변동제 등으로 인해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까지 열리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상장 전후로 박지원 대표를 포함해 게임회사 출신 경영진 유입이 많아 엔터업에 게임업 특유의 수익화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익화 전략이 당장의 실적이나 주가에는 단기간 긍정적으로 나타날 지 몰라도 수익원이 폐쇄적인 K팝 비즈니스를 고려했을 때 지나친 수익화는 주요 소비자들을 떠나게 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사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소비할 사람들은 소비하니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팬심’이 사라지면 매출도 바로 끊기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