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떠밀려 화해한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입력 2023.06.09 07:00
    취재노트
    막 내린 롯데헬스케어·알고케어 기술탈취 분쟁
    평판 악화된 롯데헬스케어, 사업확장 고민일 알고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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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부터 벤처캐피탈(VC) 업계를 달군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간의 분쟁이 막을 내렸다. 롯데헬스케어가 기술탈취 의혹이 불거졌던 알약 디스펜서(정량공급기) 사업을 결국 철회키로 하면서다. 국회 개입이 더해지며 합의가 간신히 이뤄진 모양새다.

      그런데 승자가 보이질 않는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가능성이 크게 축소된 것 뿐만이 아니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진출도 전에 그룹사의 부정적 이미지가 전이되는 멍에를 쓰게 됐고, 알고케어는 노이즈 마케팅 없이 본연 사업만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기술탈취 논쟁은 올해 1월 세계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양사가 비슷한 알약 디스펜서 제품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 사업협력을 논의했던 행적이 문제가 됐다. 알고케어의 기술탈취 의혹 제기에 롯데헬스케어는 '베낄 만한 기술력이랄 게 없다"라고 주장했다. VC업계는 양사의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5개월간 롯데헬스케어는 평판 리스크를 떠안았다. 당초 롯데그룹은 3~4년 전부터 헬스케어 신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오너간 분쟁이 격화하면서 이를 미뤘다. 지난해 5월 간신히 추진되기 시작한 헬스케어 사업은 분쟁으로 인해 사업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타트업들이 롯데헬스케어와의 사업협력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롯데헬스케어에 롯데그룹의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묻어나기도 했다. 증권사를 비롯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라서 그런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 롯데그룹과의 거래 관련 일화들도 회상했다. '회사채 발행하면서 인수 수수료를 최초로 10bp(1bp=0.01%포인트) 아래로 뚫은 곳이 롯데그룹이다', '조화, 협력과는 거리가 먼 그룹사' 등의 평가가 오갔다.

      그렇다고 롯데헬스케어가 적극 대응하기도 쉽진 않았다. 소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묘사된 탓에 여론 악화가 부담이었다. 이에 롯데헬스케어 측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기자를 직접 만나 카트리지를 직접 보여주며 호소했다.

      알고케어의 승리로 보기도 쉽진 않다. 물론 노이즈 마케팅 덕에 인지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본연의 사업성만으로 기업가치를 설득해야 한다. 현금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어 후속 투자유치도 필요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롯데헬스케어 등 경쟁사를 시장에서 철수시키며 점유율이 높아졌지만, 해당 시장에서 수익화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분쟁 전례가 있다보니 타 대기업과의 협력도 기대하긴 어렵다. 기술탈취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알고케어가 보유한 기술에 대해 시장에서 세세한 분석이 이뤄진 것도 부담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알고케어의 디스펜서가 단가가 높아서 상용화가 다소 어렵다는 것이 롯데헬스케어의 판단이었다. 단가 관련 우려를 해소할지 여부도 중요해보인다"라며 "디스펜서 사업 이상으로 사업 확장을 꾀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