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지 않은 아파트'는 누가 짓게 될까
입력 2023.06.09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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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번 한 주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궜던 한 아파트 광고 문구다. 강남 최초의 특급호텔이었던 옛 '쉐라톤 팔래스 강남' 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하이퍼 엔드 주거단지 '더팰리스73'이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리차드 마이어의 국내 첫 번째 주거 작품이기도 하다.

      2027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더팰리스73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63-1 일원에 총 73가구, 지하 4~지상 35층, 연면적 4만9846㎡ 규모 초고급 주택으로 조성된다. 저층부(2~5층)는 오피스텔 15가구, 5~35층은 아파트가 5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프라이빗홍보관을 운영하며 사전청약을 진행 중이다.

      저 광고 문구가 논란에 휩싸이자 시행사 랜드미 측은 결국 사과문을 내놨다. "본 홈페이지 내에 사용된 문구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의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중하지 못한 표현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표현의 모든 과정에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광고는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이 초고급 주택은 일찌감치 부동산금융 시장에서 화제였다. 평당 2억원, 분양가만 100억원에서 최대 400억원까지 아무나 볼 수도, 살 수도 없는 '리얼 하이퍼 엔드'를 구현한다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을 받아왔다. "높은 가격에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부자 오브 부자들'의 계약이 계속 성사되고 있다"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걱정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 유행이었던 '하이엔드 주택'이 정점을 찍은 상태에서 더팰리스 73은 사실상 막차였다. 시장이 꺾이는 끝자락에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되니 결국 '돈'이 문제였다.

      지난 봄에 한참 고생을 했다. 여타 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브릿지론에서 본PF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행사는 대주단과 브릿지론 6개월 연장에 합의하면서 상환기간을 9월까지 미뤘다. 시장에선 브릿지론 이자비용 전액을 시행사가 직접 끌어왔다고 전해진다. 시행사도 사실상 이 사업에 사활을 건 셈이다. 그래도 브릿지론 만기 내에 본PF로 전환하지 않을까 부동산업계에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관심의 주제는 "누가 이 평등하지 않은 아파트를 지을 것인가"로 옮겨지게 된다. 이 정도 '클래스'의 주거단지를 아무한테나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말이다. 결국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두 군데로 좁혀진다.

      대형 건설사들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는 마당에 이런 '상징성'을 띤 건물의 시공을 맡는 게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엔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테다. 평등하지 않은 아파트라는 프레임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또 언제 이런 논란이 있었냐는듯 세간에선 금방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