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엔 강남, 이번엔 여의도…한전 남서울본부 매각가 최소 '1조+α' 거론
입력 2023.06.12 07:00
    2015년 현대차그룹에 삼성동 부지 10조에 매각
    2023년 여의도 부지는 얼마에?
    초고층 개발 가능해진 여의도
    트윈타워 옆 알짜배기 땅에 투자자들 관심 집중
    "1조 인수해도 충분히 수익 가능" 자신감도
    바로 옆 LG트윈타워는 불편한 상황?…리모델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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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15년엔 삼성동, 이번엔 여의도다. 한국전력공사가 내놓은 자구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방안은 역시 여의도 남서울본부(부지 및 건물)의 매각으로 평가 받는다. 자구안이 발표한 이후 서울시는 여의도 중심지구의 용적률 상향 등 본격적인 개발 계획(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다.

      여의도 남서울본부는 서초구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와 더불어 한전이 보유한 부동산 중 최고 알짜로 꼽힌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동로7길 5(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1)에 위치한 남서울본부는 토지 면적 9917㎡(약 3005평)에 건축물 면적은 3255.91㎡(약 987평) 규모다. '지하 1층~지상 9층' 건물의 연면적은 약 21326.9㎡(약 6462평)이다. 현재는 일반상업지역로 분류해 있고 한강변 중점경관관리구역에 속해있다.

      지난 4월에 발표한 남서울본부의 공시지가는 미터제곱(㎡)당 2465만원(3.3㎡당 8135만원) 이었는데 이를 환산하면 총 2445억원 수준이다. 땅 값은 약 10년 전인 2013년 ㎡당 720만원과 비교해 3.5배가량 높아졌지만 1979년에 지어진 건물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내 한 감정평가법인에 탁상감정을 의뢰한 결과 해당 토지는 약 4640억원, 건물은 약 105억원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른 감정평가법인의 결과를 종합해도 총 5000억원 내외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여의도 상업지역에 속한 부동산의 거래 가격은 공시지가 대비 약 2.5배 수준이었는데 이를 고려하면 남서울본부의 예상 매각 가격은 약 7500~8000억원 수준이란 의견도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시지가에 기반한 가격일 뿐 최근 서울시의 부동산 규제 완화, 특히 여의도의 지구단위계획 발표 등으로 인한 개발 기대감을 반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구, 금융업무지원지구, 도심기능지원지구, 도심주거복합지구 등으로 구분하는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다. 

      국제금융중심지구 내 위치한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를 명동과 상암동에 이어 서울에서 3번째로 용적률 1000%를 부여한 내용이 핵심이다. 일부 기준을 충족할 경우 용적률을 최대 1200%까지 적용하는데 이 경우 파크원(69층, 333m), IFC(55층, 284m)보다 높은 건축물 건립이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파크원 인근 국제상업지구를 정점으로 한강변까지 차츰 낮아지게끔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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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서울시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

      남서울본부는 아쉽게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도심주거복합지구' 인근에 위치해 있다. 도심주거복합지구는 상업지역 내에 국제수준에 부합하는 생활·문화환경을 조성하겠단 취지로 구상됐는데 추후 별도 계획 수립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현재 일반 상업지역에 포함한 남서울본부는 용적률 800%까지, 높이 200m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바로 옆 LG트윈타워(여의도동 20)의 높이가 143m(34층)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건축물 건립이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 인근 아파트들은 트윈타워를 훌쩍 넘는 50층 내외의 주상복합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분양가상한제지역 등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고, 현재는 강남3구 및 용산구만이 분양가 규제지역으로 남은 상태다.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해소와 더불어 개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여의도 지역의 재건축 단지 분양가와 매매가는 크게 치솟았다.

      부동산 규제 해제의 훈풍을 타고 남서울본부 부지 역시 주상복합으로의 개발 계획을 세우는 투자자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 제한이 예상되지만 주변 개발 가능성 등을 반영하면 분양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단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옅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건물 내부에 변전 시설이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고려해도 용적률 800%를 적용해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한다고 가정하면 1조원 이상의 투자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부동산개발 업계 한 관계자 또한 "현재 여의도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면 공시지가의 5~6배를 뛰어넘는 매각가를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며 "개발 업체, 현금이 많은 대기업 등 부동산을 눈여겨 보는 투자자라면 대부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거래가 진행될수록 금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서울본부 바로 옆 LG트윈타워는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마치 '연꽃이 물 위에 뜬 형상(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명당이라고 평가 받는 LG그룹의 상징이다. LG그룹은 올해 초부터 해당 사옥의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남서울본부 부지를 어떤 투자자가 낙찰 받느냐에 따라서 그 쓰임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LG그룹은 상당히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