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서도 가치 예전만 못해진 '회계사' 명함
입력 2023.06.12 07:00
    이직 러시 대안이던 '회계펌 출신 경력직'
    높은 이탈률에 증권가 내 채용 수요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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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 2020년, 자본시장에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이직 러시'가 일었다. 이종업계로의 이직도 어렵지 않았다. 증권사 과차장급 실무진들이 주관 업무를 직접 담당하던 기업의 IR팀으로 옮기거나, 시리즈 투자를 연달아 받는 유망한 스타트업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VC) 운용역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았다.

      증권사는 인력 관리에 골머리를 앓았다. 팀단위의 이직이 줄을 이으면서 주관한 딜이 타 증권사로 옮겨가는가 하면, 팀 내 인력이 부족해 산적해있는 딜(Deal)이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객' 기업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이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경력직을 중소형 증권사에서 물색하는 '인력 쟁탈전'이 일어났다.

      당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회계펌 출신 경력직'이었다. 신입을 채용하는 것보단, 통계 수치 활용이 비교적 익숙한 회계사 출신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면 실무에 바로 투입시키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2년 전 신한투자증권은 주니어 실무진들의 대규모 이탈 이후 회계사 출신들을 과차장급으로 대거 채용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회계사 출신에 대한 증권업계의 선호도는 한 풀 꺾인 모습이다.

      높은 이직률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회계사 출신들의 이직이 잦은 편이긴 한데 최근 들어선 회계법인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었다. 증시 침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전반적인 증권업계 분위기가 경직된 가운데 회계법인에선 연차 있는 회계사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졌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법인 내 실무에 가담할 시니어 인력이 부족한 데 따른 현상이다. 회계사들의 몸값도 자연스레 오르다보니 회계사 증권맨들의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계사 출신들의 업무 적응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도 않았다. 이들이 재무제표 분석 등 회계적 능력을 보유하곤 있다. 하지만 딜(Deal)을 다루려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기에 생각보다 업무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들이 증권사 과차장급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실무는 공채 출신들이 대부분 맡아 진행하다보니 불만을 토로하는 공채 출신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본적으로 회계사 출신들의 몸값이 뛰어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데 부담이 커졌다. 거기에 경력 채용시 회계 지식의 깊이보단 기업 분석 경험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회계사 명함의 이름값이 예전만 못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