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업 M&A 선 그은 김동관 부회장…글로벌 투자는 이어갈 듯
입력 2023.06.13 07:00
    방산社 인수 가능성 일축, 美 사업확장 투자는 지속
    한화오션, 美 조선소 물색 중…투자법인도 시동 걸어
    그룹 내 계열사도 투자매물 검토…"추후 퍼즐 맞출 것"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당장 구체적인 추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 한화오션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기업 추가 M&A 관련 의혹을 직접 일축했다.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대규모 방산기업 인수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중심의 투자 활동은 꾸준히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짙다.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주요 기업들이 지갑을 닫는 와중, 한화그룹은 연초 한화오션 인수라는 굵직한 딜을 마무리했다. 방산사업 확장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KAI 등을 추가 인수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한화그룹이 직접 부인해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4월경 KAI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국회로부터 한화그룹의 KAI 인수 가능성과 독점에 따른 대안 등에 대한 질의를 받기도 했다. 수출입은행 측에서 매각 계획이 전무하다고 해명해도 반문이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언론에 직접 해명한 것은 이같은 의혹을 일축시키기 위함일 것이란 평가다.

      한화오션 정상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단기채무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이 지난 3년간 100%를 넘지 못하는 등 자체 능력으로 단기 채무 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용평가업계도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편입되면서 취약한 재무구조가 보완될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사업기반 확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3조2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를 구축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미국 해리스 부통령에게 미국 내 에너지 사업 투자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신설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1조3000억원가량을 수혈받은 한화퓨처프루프도 미국 내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새로운 사업 구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10여년 전부터 한화그룹 차원에서 미국 내 10조원가량을 투자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란 의지를 보여왔다"라며 "아직 절반 수준밖에 진행이 되지 않은 상황이며 한화그룹 입장에선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또한 미국 볼티모어 지역에서 조선소를 인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방산 및 해양풍력 설치선 건조를 위해서다.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만으로 상품 운반이 가능하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해상풍력운반선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해상풍력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그룹의 미국 내 사업확장에 기여할 투자 관련 계열사도 다수다. 선박엔진 전문기업인 HSD엔진을 인수해 한화오션의 통합 포트폴리오 구축을 이룬 한화임팩트가 그 중 하나다. 한화임팩트는 자회사인 한화토탈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바탕으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 디지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화/모멘텀(前 한화 기계부문)은 로봇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등 계열사마다 투자 활동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화그룹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계열사마다 투자처가 정해져 있다기 보단 각 계열사마다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추후 퍼즐처럼 맞추는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라며 "각 계열사들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딜이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