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키우려면 CEO·CFO 모셔라"…리테일 강화 나선 증권사들
입력 2023.06.15 07:00
    IB 수수료 반토막…리테일은 상대적 선방
    초고액자산가와 네트워크 쌓고…IB 시너지 기대
    세미나 개최에 맞춤형 솔루션까지 제공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권사의 투자금융(IB) 부문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는 가운데, 각사는 소매금융(리테일)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초고액층 VIP 고객과 네트워크를 쌓으면 이후 IB 영업 실적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각 증권사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VIP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8개사의 올해 1분기 IB 수수료(인수·주선, 매수·합병, 채무보증) 수익은 총 5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74억원 대비 49.7% 감소했다. 이 중 ▲인수·주선 수수료 수익(1559억원)은 43.1% ▲매수·합병 수수료 수익(1292억원)은 65.4%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2668억원)은 40.8% 줄었다. 특히, 증권사 IB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업황이 악화하며 감소 폭을 키웠다.

      IB 수수료가 증권사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비중이 지난해 2분기 42.1%까지 커졌다가 올해 1분기 27.3%로 떨어졌다. 이는 2018년 1분기의 21.9%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산관리(WM)를 비롯한 리테일은 상대적으로 선방해 여전히 주요 수익원으로 남아있다는 평가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채권금리가 소강상태에 들어서며 채권운용 수익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주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테일 관련 전체 잔고는 주가 기준으로 평가하다 보니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며 빠진 건 맞다"며 "그러나 유입금으로 보면 매년 일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신규 유입금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최근 증권사마다 리테일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테일 관련 수수료 비중은 전체 수수료 대비 낮지만, 리테일을 강화하며 IB와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가령, CEO·CFO 등 VIP 고객과 리테일 단에서 네트워크를 쌓으면 이후 IPO 주관·매각 자문·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IB 업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명 '리테일을 통한 법인 생태계 구축'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9월 디지털(온라인)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토털케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S라운지'를 오픈했다. 우수고객 중 자산이나 거래규모가 큰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는 별도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비대면 제공 ▲세무·부동산·투자 컨설팅 ▲고액자산가 맞춤형 프라이빗 웹 세미나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삼성증권은 CEO·CFO를 대상으로 포럼을 열고 매년 골프 행사를 개최하는 등 VIP 고객과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작년부터 CEO·CFO를 위한 네트워크 서비스인 '신한커넥트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열리는 정규 세미나에서 경제 및 경영·디지털혁신·ESG 등 주제로 강연을 개최해 기업 경영진을 위한 네트워킹 자리를 만들고 있다. 

      아울러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에 특화한 청담금융센터와 광화문금융센터를 신규 설립했다. 이를 위해 신한투자증권은 리테일에서 철수한 씨티은행의 PB 인력을 적극 영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월 70여개의 비상장혁신기업 CEO로 구성된 '파트너스 클럽 이노베이터스'를 출범했다. 미래에셋증권 외에도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참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투자유치·IR·IPO·M&A 등 기업금융 이슈와 세무·부동산·법률·조직관리 및 자금운용 방안 관련 솔루션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월 프리미어 블루 CEO 포럼을 개최했다. 프리미어 블루 본부는 3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 자산관리에 특화된 부서다. 본부 산하의 패밀리오피스지원부를 통해 가업승계·법인 자금 조달·인사노무 컨설팅·모의 세무조사 등 법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9월 서울 압구정에 국내 최대 규모 종합자산관리센터인 'KB 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를 개장했다. 프리미엄 PB 브랜드로 KB증권의 PB 인력과 세무·부동산·법률 분야의 전문가가 팀을 꾸려 고액 자산가를 전담 관리한다. 패밀리 오피스 모델도 선보여 상속·증여·기업 승계 등 신탁 기반 개인화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B 비즈니스를 운영할수록 법인을 위한 IB 영업과 리테일 자산관리 영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학습했다. 초고액층 고객은 어느 법인의 CEO·CFO인 경우가 많고, 그 법인의 의사결정은 VIP가 내리기 때문이다"며 "추후 IB 업무가 필요한 VIP 고객이 자연스레 찾아오게 하는 게 각 증권사의 네트워킹 사업의 목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