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신규 GPU에도 견고한 엔비디아…"AI發 삼전·하이닉스 주가 선반영 과하다"
입력 2023.06.16 07:00
    AMD MI300X 발표에도…엔비디아 아성 견고
    AI용 GPU도 HBM도 전체 시장서 비중은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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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엔비디아와 AMD가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선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AI용 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당분간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이어져 양사의 협상력은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들 회사의 주가 상승이 가파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AI용 GPU '인스팅트 MI300X'를 공개했다. 리사 수 AMD CEO는 "MI300X 칩은 엔비디아 H100 대비 2.4배 더 많은 HBM를 탑재했고 대역폭은 1.6배 이상이다. 엔비디아 H100 대비 더 큰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 선택지가 생겼음에도 불구, HBM 공급 협상에서 우위를 갖긴 힘들 거란 평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삼성전자는 AMD에 HBM-PIM을 공급하고 있다.

      AMD의 MI300X가 엔비디아의 독점 구도를 당장 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MD의 제품이 엔비디아 제품보다 실제로 우월한지 출시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 하드웨어가 더 뛰어나다고 실제 성능까지 더 좋을 거라 보장할 수 없다. AMD는 올해 3분기 주요 고객사에 MI300X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며, 4분기부터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AMD 데이터센터 및 AI 기술 발표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MI300X의 잠재 고객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그동안 AMD는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주요 고객을 언급해왔다. 업계에선 AMD가 엔비디아의 고객을 '뺏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글로벌 연간 서버 출하량에서 GPU를 탑재한 AI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어 처리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한 AI 서버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GPU가 채택될 가능성이 커 엔비디아의 승자독식 구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AI컴퓨팅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GPU의 점유율은 80~95%다. 생성형 AI인 챗 GPT 등은 GPU 없이는 구동할 수 없다. 오픈AI는 채팅 GPT 학습에 엔비디아의 'A100' GPU를 1만장가량 사용했다. 이때 AI 학습에 특화한 기억장치가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이다.

      HBM은 AI 반도체 성장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제품이다. 작년 기준 전 세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은 10% 선이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30~40%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을 '과점'한 양사를 최대 수혜자로 보는 데 무리가 없다.

      다만 현재 양사의 주가 상승 폭은 여전히 빠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 산업 수혜 기대감을 온전히 주가에 반영하기엔 때가 이르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로 크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양분해도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7만2700원, SK하이닉스는 지난 15일 12만1100원으로 각각 연고점을 찍었다. 외국인 투자자 매수가 집중되기 시작한 지난달 15일 이후 삼성전자는 12.7%, SK하이닉스는 40.2% 상승했다. 15일엔 삼성전자는 7만1500원, SK하이닉스는 11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나오기 전이며, AI 산업 수혜는 수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며 "여전히 엔비디아가 독점하는 AI용 GPU 시장에서 양사는 협상력이 적고, 수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엔비디아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